(왼쪽부터)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준배 보험부회장, 이태연 명예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을 강행하려는 가운데,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손보험 구조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보험사 대신 의료인과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료계는 "현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정부가 실손보험사 편에 선 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의료인과 환자가 그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이달 19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비급여 진료의 적정 관리를 핵심으로 한 실손보험 개혁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치료적 비급여의 급여화 ▲과잉 우려 비급여의 별도 관리체계 도입 ▲비급여 모니터링 및 정보 공개 확대다. 또한 선별급여 제도 내에 '관리급여'를 신설하고, 여기에 진료 기준과 가격을 설정해 본인부담률을 95%까지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지난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시장 자율 영역인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회는 비급여 진료비를 환산지수에 포함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급여 항목은 원래 건강보험 재정에 반영되지 않는 항목이다. 비급여는 수가 통제 대상이 아닌 만큼, 재정 외부 변수로 다뤄진다. 만약 비급여를 환산지수에 포함시킨다면 통계 왜곡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저수가 구조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사회는 이번 개혁안이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급여와 비급여의 경계를 허물고, 비급여에까지 환산지수 개념을 도입해 정부가 사실상 가격 통제에 나서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더불어 실손보험과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통제하려는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논리를 억지로 끼워 맞춰 손해보험사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므로 실손보험 가입자와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기보다, 상품을 설계하고 운영한 보험사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준배 보험부회장은 이번 상황을 윤리학의 대표적 사고 실험인 '트롤리 딜레마'에 비유했다.
트롤리 딜레마는 폭주하는 전차가 두 갈래 선로 앞에 서 있을 때 한쪽 선로에는 다섯 명이, 다른 한쪽에는 한 명이 있을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할지 윤리적 결정을 요구하는 상황을 말한다.
그는 "전차가 지금 의료인과 환자에게 가려고 한다. 정부가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전차를 멈춰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실손보험사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보험사의 이익 사이에서 의료 현장과 환자가 '트롤리의 선로' 위에 서게 된 지금, 실손보험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명예회장은 "의협 법제팀과 함께 두 가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나는 헌법소송을 통한 위헌 심판 청구이고, 다른 하나는 비급여 관리제도로 피해를 입은 환자의 민사소송을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00년과 2012년에 제기된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회장은 "당시 헌재는 비급여 영역은 시장 자율에 속하므로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과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비급여까지 통제하려 한다면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개편안이 실제 환자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사례로 이어질 경우, 환자 소송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어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은 환자의 진료권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환자의 진료권 침해가 현실화된다면 의료계는 피해 환자들이 법적 대응을 할 때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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