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폐렴 입원기간 줄었지만, 병원 따라 치료기간 '천차만별'

10년간 입원 기간 감소…외래 관리 가능한 질환도 입원 치료 많아
중증도 비슷해도 병원 따라 입원 기간 달라…"진료 표준화 필요"
입원율 OECD 평균보다 높아…'불필요한 입원' 막을 임상 기준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07 12:0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난 10년간 고혈압과 폐렴 환자의 입원 기간이 전반적으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이나 의원 등 의료기관의 수준에 따라 환자의 입원 기간에 큰 차이가 존재하며, 특히 고혈압 환자의 경우 그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질환별 적정 진료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기관 간 진료 편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고혈압과 폐렴 환자의 입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외래 진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입원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 입원 기간의 변화와 의료기관 간 격차 요인을 파악하고자 수행됐다.

연구 결과, 2010년 대비 2019년 고혈압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38.1일에서 7.0일로 81.6%(31.1일) 줄었다. 폐렴 환자 역시 16.1일에서 11.7일로 27.3%(4.4일) 감소했다. 두 질환 모두 입원 치료의 기간이 단축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평균 입원 기간이 2010년 59.7일에서 2019년 11.8일로 무려 47.9일 줄어드는 성과를 보였다. 그렇지만 상급종합병원(3.5일), 종합병원(5.0일)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폐렴 환자도 병원급 이하에서는 종합병원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원 기간이 길게 나타났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입원 기간 자체는 줄었지만, 고혈압을 주된 원인으로 입원하는 것은 응급상황을 제외하면 적절하지 않다"며 입원 의료 이용 전반에 대한 효율성 평가와 함께, 외래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강화를 위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평균 입원 기간 비교를 넘어, 환자의 특성(성별, 연령, 의료보장유형, 동반질환, 장애 여부 등)과 의료기관의 특성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의료기관 간 차이가 여전히 유의미한지 다층적 분석을 통해 검토했다.

그 결과, 폐렴 환자의 경우 입원 기간 격차 중 의료기관 간 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1.0%에서 2019년 9.6%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혈압 환자의 경우 오히려 기관 간 차이 비중이 25.7%에서 31.3%로 증가해, 의료기관에 따라 입원 기간이 더 달라지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의료기관을 종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병원과 의원 등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에서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9년 기준 고혈압 환자의 입원 기간에서 기관 간 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병원급 45.5%, ▲의원 72.6%에 달했다. 폐렴 역시 ▲병원급 23.4%, ▲의원 33.2%로, 상급종합병원(6.5%) 및 종합병원(26.0%)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입원 기간에 차이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중증도가 비슷한 환자들 사이에서도 의료기관에 따라 입원 기간에 커다란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의료 이용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환자의 요인과 기관의 요인을 구분해 입원 기간 차이에 어떤 요소가 더 큰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전체 입원 기간 변이를 100%로 보았을 때, 이 중 환자의 특성(환자 요인)이 70%, 의료기관 특성(기관 요인)이 30%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요인의 값이 클수록 환자 특성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 따라 입원 기간이 달라지는 현상이 강하다는 의미다.

즉, '비슷한 환자라도 어느 병원에 입원하느냐에 따라 치료 기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은 진료의 표준화가 부족하고, 일부 기관에서의 비효율적 입원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입원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자의 중증도나 의료 이용 행태 등은 완전히 통제할 수 없어 이번 연구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입원 기간 편차가 큰 기관의 특성과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입원율이 158.6명(2021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인 130.5명보다 높아 과잉 입원이 문제로 언급돼 왔다. 외래 진료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고혈압, 폐렴과 같은 질환에 대한 입원 관리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반복돼온 배경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불필요한 입원 의료 이용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혈압, 폐렴 등 주요 질환에 대한 적정 진료 기준을 임상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지역 간‧기관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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