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최근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사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입장에서는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F코드'를 두고 보험사가 환자를 차별한다는 사실이 국회에서도 인지하고 입법에 나설 정도로 공식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여전히 진료실 문턱에 보이지 않는 허들이 존재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점차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긍정적 신호도 발생하고 있는 데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차원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김동욱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을 만나 편견과 오해를 줄여가기 위한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력을 들어봤다.
"세대별 편견 여전… 입시·취업·보험 불이익 우려하지만 '오해'"
김 회장은 가장 먼저 정신과 환자가 겪는 오해와 어려움을 소개했다.
최근 국내연구에서는 10대 가운데 25.9%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이 대학입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으로 정신과를 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도 기록이 남아 취업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30대가 늘면서 공무원 취업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는 설명이다.
30~40대는 보험가입 불이익을 우려했다. 가입 시 정신과 진료기록을 두고 서비스 등에 차별을 받을까봐서다.
김 회장은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중시하는 MZ세대 마저도 정신과 기록이 취업, 입시 등에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는 개인 진료기록이 대학이나 군, 사기업에서도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서 우려가 크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개인 진료기록을 본인 동의 없이 제3자가 열람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시행한 진료기록은 민감한 개인정보이자 법적으로 보호 받는 기록으로, 개인은 물론 기관 대 기관에서 이뤄지는 제3자 정보제공도 범죄 피의자 진료기록 확인 등에만 해당된다"며 "채용이나 임용, 승진, 대학 진학 등에 정신건강정보가 제공된다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신과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곳곳에 다른 형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정신건강 중요성과 필요성이 확대되는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 블루와 유명인의 정신과 치료 경험 공유,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건과 연계해 정신건강 중요성이 부각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
실제로 최근에는 젊은 세대 진료가 늘어나는 추세다.
종전 우울증 환자는 60대가 가장 많았지만, 지난 2020년에는 20대가 가장 높았다.
김 회장은 "20대 우울증 환자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윗세대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 적다는 것과, 정신건강 문제에 많이 노출돼 있고 그만큼 어려움이 많은 세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인도 갖는 편견… 가벼운 접근은 환자 위험 초래"
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환자가 아닌 의료인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다른 진료과에서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충분하지 못해 자살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SSRI 등 약물치료를 타 과에서도 자유롭게 처방하자는 주장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히려 위험한 접근이라고 설명한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악화되거나, 정신요법 없이 약물치료만으로 불충분한 치료가 이뤄져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걱정이다.
실제 타과에서 전체 항우울제 40%를 처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진료과가 우울증 치료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적절하고 충분한 치료는 이뤄지지 않아 돌이킬 수 없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31일 심평원이 발표한 우울증 적정성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우울증 외래 1차 평가 종별·진료과별 지표 결과에서 재방문율, 초기평가 시행률, 재평가 시행률 등 모든 지표가 신경과나 기타과와 최소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정신건강 치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편견과 오해다. 일반인 뿐 아니라 의료인 중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은 남아있다"며 "이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젊어지는 정신과… 새로운 시도와 기존 노하우 융합, 문턱 낮추기 위한 노력 지속"
그렇다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김 회장은 정신과가 젊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도와 기존의 노하우를 연계해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정신과 의사는 젊어지고 있는 데다, 개원도 빠른 증가세에 있어 기존과는 많이 달라진 현실이다.
그는 "정신과는 대화나 면담 위주 과였는데, 이를 수치로 보여주는 프로그램 등이 나오는 등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젊은 의사 위주로 이런 시도가 적극 채용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50대 이후 기존 개원의는 이런 새로운 변화에 익숙하지 않다. 대신 그들에게는 진료부터 병원 운영 노하우까지 젊은 의사가 아직 모르는 부분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심포지엄 등에서도 개원 초기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왔고,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50대 이후 의사를 위해 젊은 의사가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을 찾을 계획이다.
그는 "새로 나온 프로그램도 나이가 있는 선생님들은 사용하지 않지만, 환자에게는 설명을 쉽게 하고 받아들이기 수월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그동안 젊은 의사에게 노련함을 전수해 준 것처럼, 올해는 기존 의사에게 젊은 의사가 적극 나서고 있는 새로운 시도를 전해주는 등 세대 간 장점을 취합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 가운데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가까운 곳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역할"이라며 '"이를 위해 이태원 참사나 코로나 블루 등에서도 사회적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앞으로도 정신과 진료실 문턱을 낮추는 것이 가장 큰 과제며,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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