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미국 디지털치료기기(DTx) 선두기업인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분할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이 기업은 한때 16억 달러(2조 1,256억원) 이상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기업가치는 600만 달러(약 80억원)로 떨어졌다.
22일 미국 현지보도 등에 따르면 클릭 테라퓨틱스(Click Therapeutics)와 웰트 코퍼레이션(Welt Corp), 하베스트 바이오(Harvest Bio), 녹스 헬스 그룹(Nox Health Group)은 총 605만 달러에 페어 테라퓨틱스의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
그 중 페어의 불면증 치료기기 '솜리스트(Somryst)'는 녹스 헬스 그룹으로부터 가장 큰 금액인 390만 달러를 제시받았다.
또 페어의 회사 상표 및 상용 플랫폼, 약물 중독 치료기기 '리셋(reSET)' 등은 모두 합해 총 203만 달러에 하베스트 바이오에 팔린다. 페어의 플랫폼 특허와 편두통 집중 치료기기는 각각 7만 달러, 5만 달러에 클릭 테라퓨틱스, 국내 DTx 기업인 웰트에 팔린다.
앞서 페어 테라퓨틱스는 지난 4월 7일 미국 파산법 '챕터(Chapter)11'에 따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한 파산절차에 돌입했다.
챕터11은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신청과 유사한 제도로 기업이 부채를 상환할 수 없거나 채권자에게 지불할 수 없는 경우 기업을 운영해 부채와 운영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다.
페어 테라퓨틱스는 최근 10년 동안 중독, 불면증, PTSD, 만성 통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DTx를 개발해 왔다.
지난 2017년에는 약물 중독 치료 프로그램인 리셋(reSET)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DTx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페어의 2021년 수익은 420만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페어는 이보다 더 나은 약 1,27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반면 페어의 운영자금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2021년과 2022년 페어는 운영자금에 각각 1억1,000만 달러, 1억3,600만 달러를 지출하면서 운영 동력을 상실했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업계는 수가 문제를 꼽았다.
페어 CEO인 코리 맥칸(Corey McCann)은 파산 발표 당일 쓴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많은 DTx 제조업체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보험사가 기술 적용을 꺼리는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페어의 실패는 결국 보험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시장 경쟁력을 상실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상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2차 포럼'에서 "제품도 상당히 좋았고 의사들도 처방을 많이 했지만, 미국의 최대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의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결국 매출 대비 약 10배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파산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국내 DTx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독일의 공적체계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DTx에 대한 수가모형 개발을 추진 중인 만큼, 독일처럼 건강보험에 선 진입시킨 뒤 사후 평가를 통해 정식으로 급여 등재 하자는 것.
이 교수는 "독일 DTx 제품이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시키면 시장에서 최장 24개월까지 급여를 해주고 있다"며 "독일은 DTx에 연간 2000유로 까지는 지불할 수 있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페어의 파산은 페어의 실패지 DTx 산업 전체의 실패는 아니다"라고 정의하면서 전향적인 수가 정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행위에 따른 상대가치에 따라 급여를 설정하는 국내 건강보험 체계상 DTx에 대한 수가는 S/W 원가 적용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DTx의 특성을 잘 따져야 한다. 우리도 원가 산정 방식이 아닌 독일처럼 DTx에 가치평가를 매기는 수가 산정 방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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