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회색지대 보여도 손발 묶인 의료계…자율징계권 촉구

"의협은 안무서워"…연이은 마약 사건에도 사후약방문 '한계'
"자율징계 가능해지면 주변·동료 의식, 범죄 억제 효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9-07 06:02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가 반복되는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위해 자율징계권 촉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 범죄가 의심되는 회색지대가 보여도 자율징계권이 없는 지금으로선 사후약방문밖에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한 예방적 접근이라는 해법이 주목받을 수 있을지 의료계 이목이 모인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전성훈 법제이사는 6일 대검찰청을 찾아 의료법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위반을 혐의로 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롤스로이스 사건'으로 불리는 뺑소니 사건에 부적절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으로 연루된 병원을 비롯, 프로포폴 불법 유통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의사 등이 대상이다.

의협은 해당 의사들을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에도 부의하는 등 일벌백계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다만 검찰 고발도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 부의도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자조적 반응도 나온다.

이날 고발장을 제출한 전성훈 법제이사는 의협 회원 조사나 징계에 대해 '손발이 묶인 채 싸우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의료계 내부에서 범죄가 의심되는 법 위반 회색지대에 있는 사례가 발견되도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가 발생한 뒤에야 의사면허 정지 요청 등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율징계권이 없어 보건복지부에 면허 정지를 요청해도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복지부는 의료계 의견을 가능한 반영해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확실성을 추구하는 행정절차 특성상 이미 사건이 잊혀진 뒤에야 결과가 나온다.

이 같은 의사들 사이에선 수사기관이 문제지 협회는 무서울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전 법제이사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계 내부에 조사와 자율징계 권한이 생긴다면 의료 관련 범죄를 가장 빨리 알아챌 수 있는 동료나 주변 의사들을 의식하게 되고, 이는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전 법제이사는 "자율정화를 통한 예방적 접근이 가능했다면 롤스로이스 사건 남성이 약을 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율정화 효과와 가능성이 있는데도 범죄가 벌어질 때까지 두고 사후에 처벌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자율징계권 부여 등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감을 앞두고 이미 의사 마약류 셀프처방 등 의료 관련 범죄가 언급되면서 예방적 접근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령상 자율정화를 위한 실효적 수단에 관한 법령이 없어 현실적 한계가 명백하다"며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 의료인 단체에 자율징계권이 부여될 수 있도록 실질적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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