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거리로 나선 의사들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최후의 수단까지 고려하겠다며 충분한 소통과 협의 아래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는 17일 광화문 일대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총궐기대회는 영하 6도의 한파에도 전국에서 의사 1000여 명이 모여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필수 범대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의대정원 확대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으나 수요조사 발표를 통해 여론을 몰아가는 등 9.4 의정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범대위원장은 "정부는 일방적 의대정원 통보를 강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민인 14만 대한의사협회 회원, 2만 의과대학생과의 약속"이라며 "이를 준엄히 받아 들이고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을 이어갈 경우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범대위원장은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의대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의료계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정지태 대한의학회장,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차기 회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등도 연대사를 통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태 의학회장은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에는 소극적이면서 총선에 도움이 될 의대정원 확대만 앞장 세워 의료계를 비윤리적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학회장은 "필수의료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와 신분 보장의 문제임에도 정부와 여당은 개선에 소극적"이라며 "가장 효과는 없으면서 시간이 걸리지만 눈앞의 총선에는 큰 도움이 될 사안을 앞장 세워 의료계를 비윤리적이고 이익만 생각하는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정치적 선택은 미래를 어지럽히고, 교수들이 무더기로 교육현장을 떠나는 상황에서 막대한 지원계획 없는 증원은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평화는 전쟁, 민주화는 투쟁을 통해 얻었다. 건강한 미래 역시 의료계가 잘못된 정책에 저항하고 투쟁해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도 의대정원 확대는 엉뚱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의사가 부족해 진료받기가 힘들거나 의사 만나기가 어렵나"라면서 "부족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계 반대에도 의약분업이나 의전원 등을 억지 논리로 밀어붙였지만, 결국 실패한 정책이었다"며 "의대정원 확대는 세금 낭비며 국가를 망칠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총궐기대회에선 일방적 의대정원에 반발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조선대 의대생 5명은 단상 위에서 무분별한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 붕괴를 초래한다는 의미를 담아 의사 가운을 벗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과 길광채 광주광역시 서구의사회장은 삭발식도 진행했다.
이 상근부회장은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겠지만, 한번 무너진 의료제도는 돌이킬 수 없다"며 "의료붕괴를 막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자"고 말했다.
이후 의사들은 서울역까지 가두행진한 뒤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전달했다.
이필수 범대위원장은 "건강보험 의료서비스는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보장서비스인 만큼 의사가 크게 늘어나면 진료비 규모도 커질 것"이라며 "건강보험료 폭등은 현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 재고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의대정원 정책 추진시 의료 전문가인 의사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주시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통해 진행해 나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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