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궐기 직전 등장한 '의료사고처리특례'…실 가동까진 '하세월'

복지부, 중대본 브리핑서 특례법 초안 공개…의료계에 긍정적
정책 실현의지 입증돼…내달 총궐기대회 앞두고 회유책 형국
공청회 진행,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야당 찬성 등 관건
복지부 "필수의료, 정책적 보호막 필요…신속 논의·통과 노력"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2-28 06:08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내달 3일 의료계 총궐기를 앞두고 마치 회유책처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이 공개됐지만, 실제 법이 가동되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은 험난하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법은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이 처할 수 있는 사법적 위험을 낮추고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고안돼왔다.

그 결과 복지부는 이번 중대본 회의에서 법무부와 논의를 거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확정짓고 이를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특례법은 지난 1일 발표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도 포함돼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초안까지 공개된 것은 의료계 입장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허울뿐인 정책 패키지를 내세운 것이 아닌, 정책 실현에 대한 정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달 3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 사직서 제출과 근무지 이탈에 나선 전공의에게 오는 29일까지 복귀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특례법 공개는 이른바 '회유책'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필수의료를 반드시 살리겠다. 난이도가 높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하시는 의료진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드리는 것이 저희 정책 목표"라면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만들 때 함께 머리를 맞대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복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엔 초안만 공개됐을 뿐, 실제 특례법이 제정돼 의료계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복지부는 오는 29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특례법 제정안 초안에 대한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공청회는 특례법 추진배경과 향후계획에 대한 발표, 추진방향에 대한 패널토론으로 진행된다. 이날 공청회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참석한다.

또 복지부에 따르면, 관련 법 개정과 예산안 반영 등 특례법 제정에 수반되는 여러 사항은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다. 현재 의료개혁특위는 구성되기까지 시일이 요구되고 있는 상태다.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특례법 제정을 위한 여러 여건이 마련되더라도 국회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특례법 제정을 반대하고 나선다면, 정부는 특례법 제정을 완성시킬 수가 없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정부는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킨 간호법 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에 의해 무산되는 것을 겪어야만 했다. 단 정부에서도 신중을 기하고 있는 만큼, 반대할 명분이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박민수 제1총괄조정관은 "대통령 소속위원회는 구성까지 많은 절차가 있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원회 구성 전이라도 위원 후보분들 모시고 사전 형식으로도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나갈 수 있다"며 "가급적이면 가시적인 조치들이 신속하게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보호막을 설정해 주지 않으면 더 이상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진들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국민이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책무를 다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입법을 추진했다"며 "국회에서도 신속하게 법안이 논의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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