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현재 의료사태 본질은 정원증원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로, 수가체계가 정상화돼야 하며, 의사들이 소신있게 진료할 수 있는 법적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5일 '의료개혁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221동 113호에서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과 강희경 서울의대비대위원장간 긴급대담이 진행됐다.
대담에서 강희경 위원장은 "서울대 비대위뿐만 아니고 의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재 의료사태는 정원증원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 문제다. 수가체계 좀 정상화해주고 의사들이 소신 진료했을 때 철컹철컹 하지 않게 해 달라"며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이 상황이 제일 힘들다"고 호소했다.
낮은 수가가 책정된 중환자실 근무 인원 및 장비 도입 애로점에 대해서도 재차 언급했다.
강 위원장은 "중환자실의 경우 담당 선생이 굉장히 적다. 이유는 여러 번 논의가 이루어졌듯 중환자의학은 수입이 잘 나지 않는다. 필요한 진료는 모든 사람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목적으로 처음에 수가가 굉장히 낮게 책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도 여전히 수가가 낮아서 중환자실에서 치료 때문에 신장비가 필요해도 병원에서 사주지 않고,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병원도 기업이기 때문에 특정 부서에 장비 및 인력을 투자하려면 그 부서에서 수입이 충분해야 하는 데 그 부분이 확충되지 않으면서 투자가 잘 되지 않고, 결국 환자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중환자실 인력 부족에 사법리스크가 큰 점을 지적하며 "힘들고, 맨날 당직서야 되고, 환자 옆에서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경찰서까지 불려다녀야 되고, 어떤 경우에는 민사소송까지 걸려서 경제적인 손실도 겪으면서 더 이상 이 분야를 하지 않으려는 의사들도 있고, 이러한 상황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전달체계 개선과 적정 수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강 위원장은 "경증환자들은 서울대병원에 올 때는 불안해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던 점도 있을 것이다. 또 1, 2차 병원 선생들과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선생과 통화해서 진료에 대한 부분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환자도, 1차 병원 선생도 안심하고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을 텐데 이에 관한 수가가 없다"며 1, 2, 3차 병원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고 관련 병원간 협력에 대한 수가마련 등이 뒷받침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한국의료가 정상화되고 국민 건강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나 공무원 임기에 영향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되는 상설 협의체가 마련돼야 하고, 의사면허도 의료계 법적단체에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강 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데 2000년 의약분업 때도 의정협의하면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있었다. 그때 아젠다를 보면, 현재와 아주 똑같다. 때문에 정권이나 공무원 임기에 따라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시스템이,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의료보험 재정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국방이나 교육 분야처럼 별도의 재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의사면허를 보건복지부나 국가가 아닌 의사들의 자율단체인 AMA(미국의사협회), GMC(General Medical Council) 등에서 운영한다. 면허 자체를 의료계 법적단체에서 운영하면서 재정자금도 가지고 있고, 여기서 정책연구도 하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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