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의료인력 기준 필요성 대두…방법론엔 '병원 구조조정'

병상 과잉, 인력 분산해 문제 촉발…임준 교수 "재구조화 필요"
인력기준 강화, 퇴출기전 필요성도…노조 "선순환 구조 확립"
복지부 "법제화만 능사 아냐…경제적 요인 함께 검토 필요"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4-08 05:58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적정 보건의료인력 필요성이 거론되면서 방법론으로 '병원 구조조정'이 재등장했다. 유형별 병상 과부족이 적정 의료인력 분포를 가로막는다는 문제의식은 물론, 퇴출기전을 동반한 인력기준 도입으로 보건의료인력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도 확인된다.

국회 이수진·김윤·서미화·전진숙·김선민·김영배·남인순·박희승·백선희·임미애·전종덕 의원 등으로 구성된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은 7일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보건의료 적정인력 기준 필요성과 제도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는 '의사만 있으면 다 해결되나'란 질문을 던지며 정부 정책이 의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환자 1명 당 중환자 간호사 최소 5명이 필요하고, 에크모 장비를 갖춰도 체외순환사와 전문 간호사 없인 운영할 수 없지만 관련 정책과 기준은 의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적정 의료인력 확충 방향은 '몇 명 늘린다'가 아닌 '사회적 적정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사회적 조건과 환경에 따라 적정 기준은 달라질 수 있어 공론의 장을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양적 공급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간호사처럼 면허 소지자 대비 현장 근무자 비율은 낮은 직역이 있다는 점이나,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특정 분야에서 인력 참여가 낮다는 점 등과 같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적정 의료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점으로 공급체계 개편과 병상 구조 전환 필요성을 제시했다. 적정 의료인력 기준 마련은 공급체계 개편, 병상 구조 전환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임 교수가 제시한 2019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24만병상이 초과 공급되고 있다. 300병상 미만 병의원과 요양병원은 각각 7만7000병상과 20만4000병상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 반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재활병원은 각각 2만3000병상과 1만8000병상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과잉공급된 병상에 의료인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낳아 의료체계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중앙정부 병상수급계획 조정 권한을 권고에서 의무로 변경하고, 규제력 강화로 개인병원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 등 사회적 적정성에 기반한 병상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합병원의 경우 재구조화 자금 지원을 통해 비영리법인 병원 간 합병을 허용, 24시간 진료 가능한 적정 규모로 확충해야 한다고 봤다.

소규모 병원급 의료기관은 전문병원과 재활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사회적 입원 비율이 높은 소규모 병원은 구조조정하고, 매입 후 청산하거나 잔여재산 일부를 법인 기부자에 보전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기획실장 역시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 필요성을 설명하며 방법론으로는 병원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정 실장은 적정인력 기준 부재는 의료현장 인력부족 악순환을 초래하는 '오래된 미래'라고 평가했다. 적정인력 기준 부재는 의료기관 인건비 감축과 최소인력 배치를 초래해 환자안전 문제, 의료서비스 질 하락, 열악한 노동환경, 높은 이직률, 유휴인력 양산 등 악순환을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를 제시했고, 방법론으론 병원 구조조정을 들었다. 배치기준을 강화해 인력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퇴출기전을 마련하고, 적정 수가로 의료인력 자원 집중을 통해 병상통제와 기능별 규모화 또는 기능전환을 유도해 의료서비스 질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보건복지부는 적정 의료인력 기준 마련 필요성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단순 법제화를 통한 강제적 기준 설정만이 아닌 수가를 비롯한 경제적 요인 등 복합적 고려가 필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자리한 김승일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법제화가 안 되면 강제적 영향이 없어 힘들겠지만, 법제화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다 되진 않을 것 같다. 일례로 MRI 설치를 위해 영상의학 전문의를 필수적으로 두는데, 5억을 줘도 못 구해 '영상 대감'이란 말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제화를 포함한 다양한 경제적 요인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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