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영역 확장 중인 '메타버스'‥의사들의 평가는 '긍정적'

사회적인 흐름에 발맞춰 의료계도 여러 가지 변화 받아들이는 중
가장 빠르게 메타버스 영향 받은 분야는 '교육', 가상의 공간 활용 적극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1-12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의료계에서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연일 화제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 세계 이용자들이 만들어 낸 콘텐츠를 총칭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어쩌면 가장 보수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영역일 것이다. 그런데 이 메타버스는 의학과 의료 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대한의학회의 E-NEWSLETTER에는 메타버스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들이 꾸준히 공개돼 왔다.

의료에서 메타버스는 '의료 데이터가 축적되는 가상의 현실, 가상의 공간에서 의료 행위 현실화, 이를 현실 세계와 연결해주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문석균 교수는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메타버스의 세상이 COVID-19 팬데믹 상황으로 많이 앞당겨졌다. 이런 사회적인 흐름에 발맞춰 의료계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병원들은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입학식, 졸업식, 세미나, 강의, 연구, 미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산차병원은 제페토에 가상병원을 개원했고, 한림대학교의료원은 게더타운에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을 열었다. 메타버스 내 병원은 방문이 어려운 직원 가족과 고객 등을 대상으로 병원 내 가상 공간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문석균 교수는 "실제 환자에게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원격의료의 산을 넘어야 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제한이 있으나 이미 많은 병원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대학 교육에 '비대면 강의'라는 핵심 키워드를 등장시켰고, 메타버스를 포함한 '에듀테크(EduTech)'의 도입을 촉진했다. 

덕분에 강의실 풍경이 바뀌었다. 줌(Zoom)이나 구글미트(Google Meet)를 이용하던 방식에서 강의 공간을 메타버스 플랫폼인 XR Class나 게더타운(Gather Town) 등으로 옮겨온 것.

문석균 교수는 "메타버스는 실시간 VR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비대면 화상 회의 방식의 피로도를 극복하고, 별도의 자료나 영상물을 제작할 필요 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강의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서 이뤄진 수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교수와 학생 모두 아바타를 형성해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면 대 면(面對面) 느낌을 줘 몰입감이 높아졌고 한 공간에 있다는 소속감을 줄 수 있었다.

더불어 교육 방법도 다양해졌다. 해부학이나 임상 실습 교육은 전통적으로 교과서, 인체 모형, 실습 동영상, 카데바 실습 등을 이용했다. 이런 방법들은 획일적인 2차원적 자료이기 때문에 3차원적인 인체 구조물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컸고, 반복적인 실습 교육이 힘들었다.

그러나 VR 장비나 마이크로소프트 HoloLens 2를 이용한 방법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개선했다.

문 교수는 "아직 컨텐츠가 많지는 않으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강의는 발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임상 실습에 있어 획기적인 교육의 전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2021년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제29차 온라인 학술대회에서는 해외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수술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 바 있다.

참가자들은 본인 아바타를 설정하고 가상 강의실에 입장해 폐암 수술 기법 강의를 수강하고 수술을 참관했다. 수술실 내 구축된 360도 8K 3D 카메라로 집도의, 수술간호사, 수술실 내 환경을 원하는 시점대로 볼 수 있어 실제 수술실 안인 것 같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뒤따랐다.

경희의대에서는 VR을 활용한 해부학 교육을 2021년 전면 도입해 실제 카데바 실습과 가상현실 실습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해부학 강의'를 시행했다.

경희의대 해부학·신경생물학교실 김도경 교수는 "그동안의 의과대학 해부학 교육은 능동적 학습이 아닌 주입식 교육 콘텐츠이기에 학습 효율이 떨어지고, 교수자와 학습자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VR 기반 실습 교육은 오감으로 하는 '경험' 그 자체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기에 강력한 몰입감으로 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직접 해보는 데 많은 비용이 필요한 교육이나 입체 공간 정보 및 다중 감각의 조합이 중요한 훈련, 반복 학습으로 훈련돼야 하는 작업 등에는 VR 기반 교육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김도경 교수는 "경희대 의대는 향후 VR 및 메타버스가 도입된 강의를 확대 시행하려는 계획이 있으며, 자체 신규 콘텐츠 개발도 준비 중에 있다. 기초/임상 교수에 대한 교수 학습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향후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과 가상의 벽이 허물지는 시대적 흐름에 가장 앞서 있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다양한 에듀테크 기술이 해부학과 같은 기초의학 분야 뿐만 아니라 임상학 과목에도 소개되고 있다. 에듀테크가 익숙한 MZ세대 학생들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고려의대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 메타버스에 장점에 주목했다.

한창수 교수는 "메타버스를 잘만 이용한다면 외롭게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연결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보조 도구로써 메타버스가 아주 훌륭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모티콘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감정표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감정 표출은 심리적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 교수는 "메타버스에선 선정성이나 폭력성 같은 자극에 둔감해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정신적으로는 메타버스에 대한 의존 현상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엔 메타버스와 현실을 혼동하는 메타버스 정신증(Metaverse Psychosis)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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