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올해는 다를까?‥신약 급여부터 국가검진 도입 움직임

8주~12주 복용으로 완치 가능한 신약 모두 급여‥조기 발견하면 성공률 더 높아져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조건에 부합‥비용효과성 근거 계속 축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2-08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올해는 'C형간염'과 관련해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C형간염은 이제 '완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치료제'의 발전이 큰 영향을 줬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C형간염 신약들이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치료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7년 넘게 답보 상태였던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에 중요한 연구 근거가 도출됐다.

대한간학회가 실시한 연구에서 C형간염은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조건인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 ▲조기에 발견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일 것 ▲검진 방법에 수용성이 있을 것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클 것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 것 등 5개 항목에 모두 충족했다.

따라서 국가검진에 C형간염이 포함되면 더 이득이라는 방향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 C형간염, 이제는 '완치'를 논하다

실제로 C형간염의 치료 환경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발전했다.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경구용 DAA(Direct Acting Antiviral) 제제가 개발되면서 C형간염 완치율이 올라가고, 치료 기간은 단축됐다.

2016년 출시된 길리어드의 '소발디'와 '하보니'는 12주 치료로 C형간염 완치 시대가 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곧이어 2018년 국내에는 애브비의 '마비렛'이 등장했다.

마비렛은 국내 최초 '8주 치료 가능 범유전자형(1~6형) 만성 C형간염 경구 치료제'이다. 같은 해 6월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보험 급여가 적용됐으며, 2021년에는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에서도 급여가 확대됐다. 마비렛은 1일 1회 동일한 시간에, 3정을 음식과 함께 복용한다.

뒤이어 길리어드는 '엡클루사'를 선보였다. 엡클루사는 유전자형, 이전 치료 경험 유무 및 간경변 유무와 관계없이 사용되는 C형간염 약으로 지난해 11월 급여가 시작됐다. 엡클루사는 12주간 투여하지만, 식사와 관계없이 1일 1회 1정 투여한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부터 급여가 된 길리어드의 '보세비'는 이전에 NS5A 저해제 치료에 실패한 유전자 1, 2, 3, 4, 5, 6형인 환자와 NS5A 저해제 없이 소포스부비르가 포함된 치료에 실패한 유전자형이 1a, 3형인 환자에 사용되는 약이다.

◆ 정부 관심 부족, '조기 발견'은 국가적 이익

C형간염을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이 준비된 만큼 남은 것은 환자의 '조기 발견'이다.

만성 B형간염의 경우 예방 백신의 보급, 수직감염 예방 사업, 항바이러스제 보급, 생애전환기(40세) 무료 검진 사업 등 국가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를 통해 B형간염 유병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만성 C형간염은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으나 예방 백신이 없고, 치료제가 있으나 무료검진 등의 국가적 노력이 미비해 예방과 치료를 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아주 오래도록 관련 학회는 C형간염을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역시 10억 이상의 비용을 들여 다양한 연구 및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의 타당성을 확인한 상태다. 그럼에도 C형간염의 국가검진 도입은 마무리가 되지 않은 채 무방비로 놓여져 있다.

이런 가운데 질병관리청이 대한간학회에 요청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방안' 연구가 공개됐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원칙 5개에 C형간염은 모두 충족했다.

첫째,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이라는 조건을 살펴보면 C형간염은 전 국민 유병률이 낮은 질환에 속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활동적인 인구인 40대 이후, 중년 이후의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국가감염병감시체계를 통해 보고된 국내 C형간염 발생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와 연관된 간경변증과 간세포암의 발생률 및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2020년 한 해 동안 간염 및 관련 질환으로 인한 진료비가 연간 소요된 전체 진료비의 약 11.5%로 확인됐다. 

대한간학회는 "C형간염은 초기 치료가 안되는 경우 간경변증과 간세포암 등의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질환이 진행될수록 중증 질환에 의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늘어난다. 이를 감안할 때 중요한 건강 문제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원칙 두 번째, '조기에 발견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 것'에도 C형간염은 부합했다.

최근 개발된 C형간염 경구치료제(DAA)는 높은 치료율을 보이며 내약성이 우수한 약제로 여겨진다. C형간염을 조기에 진단해 단기간의(8-12주) DAA 치료를 한다면 98% 이상 완치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C형간염은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원칙, '검진 방법에 수용성이 있을 것'도 마찬가지다.

C형간염 항체검사 기법은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 특히 ICA 기법을 활용한 일반면역검사 수행 시 공급이 용이한 저렴한 가격, 짧은 검사 및 결과 확인 시간, 최소한의 필수인력이 소요된다. 이에 C형간염 검진 방법은 국내 수용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네 번째, 검진으로 인한 이득은 손해보다 컸다. C형간염 검진은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고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기 전 조기 진단 및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크다고 보고됐다.

원칙 다섯 번째, 비용 대비 효과도 있었다.

C형간염 항체검사를 국내 인구 40-65세의 국민건강검진에 포함해 선별검사를 시행할 경우, 현재 선별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상태와 비교했을 때 보건의료체계 관점분석 결과 ICER는 1,398만9,037원/QALY, 사회적 관점 분석 결과 ICER는 1,089만9,737원/QALY로 산출됐다. 이는 비용효과성 국내 임계치인 ICER 2,500만 원/QALY보다 매우 낮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선별 전략은 보건의료체계 관점과 사회적 관점 분석 모두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 항체검사로써 정밀면역검사 대신 수가가 낮은 일반면역검사로 했을 때, ICER는 보건의료체계 관점에서 448만6,691원/QALY, 사회적 관점에서 139만7,391원/QALY로 정밀면역 검사에 비해 약 1/3에서 1/5 가량으로 낮아졌다.

재정영향분석 시 56-65세의 10개 연령에 대해 C형간염 선별검사로 일반면역검사를 사용했을 때에는, 선별검사 비용으로 361억 원이 소요되고, 20년 경과 시점에서 합병증 치료 의료비는 558억 원 절감됐다. 절감 금액이 투입된 검사 비용을 상회해 국가 재정적으로도 이득인 것으로 정리됐다.

학회는 "C형간염은 무증상으로 질병이 진행된다는 특성, 감염성 질환이기에 질환의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없으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한다는 점, 질병이 진행하기 전에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효과적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C형간염 검진을 통해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이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회는 "고위험군과 일반 인구에서 C형간염 검진은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C형간염 치료의 성공률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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