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대구 전공의 피의자 조사, 제 2의 이대목동 사태 우려"

응급의료체계 구조적 문제 전공의 개인에게…비정상적 행태
필수·응급의료 붕괴 가속화 자명…"피의자 조사 중단하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7-03 16:53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구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의료계가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조사 중단을 촉구했다.

응급의료체계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비정상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응급의학과 현장은 이미 동요하고 있어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 기폭제가 된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잇는 파장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의료계는 먼저 구급차가 응급실 부족으로 길에서 떠도는 '응급실 뺑뺑이'가 최근 조명되는 가운데, 정부는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방안을 제시하는 등 응급의료체계 개선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응급환자를 진료한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적법한 전원조치를 취했음에도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상황이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이번 사건은 응급의료체계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원인을 잘못 진단해 개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대처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는 행태에 강한 비판과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응급의학회 김원영 정책이사는 응급의료 문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응급실 과밀화를 지목했다.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치료해야할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실에 걸어 들어오는 경증환자로 넘쳐나고 있어 정작 응급의료나 처치가 시급한 중증환자가 뒷전으로 밀려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전문과목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이송이 중요한데 적정 이송시스템이 원활하지 않고,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 여건 상 응급환자에게 배후진료나 최종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전원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증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를 제공하더라도 의료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지적된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데도 전공의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시스템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 대처로 몰아가고 치부하는 것은 국가 책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붕괴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도 "의료인이 의료시스템과 현실적 여건에 따라 적법하게 응급상황에 대처했음에도 결과만 놓고 사소한 과오까지 따지고,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하는 것은 의료진을 현장에서 내모는 일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응급의료체계 문제로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 법적 부담 해소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 및 응급의료기관 적정 보상 지원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및 경증환자 이용 자제 등 이용행태 개선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관련 의료현장 의견 반영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 중단 등을 요청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수사기관도 응급의료 특성과 의료현장 상황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질책과 책임전가보다는 꺼져가는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 강력한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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