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보건의료의 혁신 이끌까?‥"여건 마련돼야"

의료 메타버스‥아직까진 진료와 교육, 병원 운영과 홍보에만 활용
"모든 혁신 기술이 받아들여지는 것 아냐"‥국내 보건의료시스템 꼼꼼히 확인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20 06:01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보건의료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 중 '메타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비대면 상황을 경험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다만 보건의료 분야에서 메타버스에 관한 개념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며, 용어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의료 메타버스는 수술 과정, 행동 및 정신 건강, 의료 교육, 통증 관리와 물리치료, 진단 및 평가 과정에 VR/AR이 사용되는 단계로 진입했다.

하지만 많은 혁신 기술들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새롭게 개발된 기술들이 채택되는 과정에는 수많은 요소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아무리 가능성이 높더라도 국내 보건의료시스템 틀 안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산업 내 메타버스 기술 활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 메타버스는 '의료 및 건강 관리 분야에서 메타버스 기술(VR, AR, MR, XR, loT, AI, 센서, 로봇 등)을 사용해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 혹은 결합시킨 것'이라 정리했다. 이 메타버스는 의학교육, 수술, 진단 지원, 환자 건강 관리 및 질병 치료, 병원 운영 등에 활용된다.

보건의료에서 메타버스 시장은 연평균 34.9~52.9%로 빠른 성장률이 보고되고 있다.

기술별로는 인공지능, 증강/가상현실, 혼합현실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응용 분야로는 의학/수술 교육용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진단과 치료(원격의료), 수술 전·후의 계획 용도가 그 뒤를 이었다.

국내 보건의료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에는 기존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인 네이버과 카카오, 통신사인 SK 텔레콤, LGU+, 대기업 삼성, 롯데그룹 등이 있다.

최근 2~3년 사이 메타버스를 진료와 교육, 병원 운영과 홍보에 활용하는 국내 의료기관들의 사례가 늘어났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해부학 실습용으로 해부용 시신(카데바)을 대신해 증강 현실 기반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대학병원 간호 교육 과정에 VR 기반의 질환별 실습프로그램으로 환자 사정 및 평가의 과정을 게임 형태로 만들어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간암 수술 예정 환자에게 VR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의사와 환자가 VR 플랫폼에 동시 접속한 뒤 가상현실 속에서 수술 설명을 듣고 이해도를 높였다.

국립암센터는 의료 분야 메타버스 플랫폼 '닥터메타(Dr.Meta)' 사업의 일환으로 대장절제술을 한 환자에게 장루교육 VR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21년부터 스마트 수술실의 첨단 장비와 가상 교육 공간 플랫폼을 이용해 수술 과정에 여러 나라의 의료진이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신 수술기법을 습득하고 공유하는 교육·훈련의 장으로 삼고 있다.

중앙대광명병원은 2022년 6월 국내 최초 '메타버스피탈' 구축을 선포하고 VR 안경을 통한 환자 진료 동선 길 안내 서비스와 휴먼 AI 닥터로 수술/시술 관련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은 2021년 12월에 플랫폼 게더타운에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을 오픈해 화상 관련 정보와 콘텐츠를 집약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신규 간호사 대상 임상기술교육에 메타버스 플랫폼과 VR 기기를 이용해 신규 간호사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응급 상황을 경험하게 했다.

인하대병원은 '메타버스 건강증진센터'를 오픈해 검진 예정자들이 미리 센터를 체험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4개의 플랫폼을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건강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메타버스가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질병의 예방과 치료, 현재 진단과 치료 모델을 업그레이드해 의사와 병원 간 다양한 형태의 진단과 치료 모델을 제공하고 국가 간 국제적인 표준을 충족하고 불평등한 부분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의견이다.

그렇지만 보건의료시스템은 혁신적인 기술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기술의 개발과 활용 단계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새로운 기술 혁신이 출현하고 채택, 확산돼 가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수많은 혁신이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은 정보통신기술 산업에서 유용했던 혁신 및 생산 시스템의 틀이 생명과학 산업에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의료 기술의 혁신을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 문제의 출현, 해결책의 도출, 해결책의 실행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환자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존 방식이 지니고 있는 유형의 한계, 제약은 해결돼야 할 문제다. 해결책을 실행할 수 있는 보완 기술의 등장, 숙련된 인력, 가격, 허가 등의 여러 구성 요소와 제도 사이의 연결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혁신의 성패를 결정하는 여섯 요소는 ▲활동 주체 ▲자금 ▲정책 ▲기술 ▲소비자 ▲책임성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혁신은 혁신의 주체와 제도, 이해관계자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채택되거나 거부된다. 그러므로 혁신을 추진할 때는 여섯 요소와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산업계의 경우 보건의료 분야에서 메타버스와 같은 혁신적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안전성과 임상적 효과를 입증해야 하고, 기존 대안과 비교해 더 나은 비용효과성 또는 효율성을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핵심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의사는 의료 문제에 있어 가장 권위 있는 이해관계자 집단이며, 혁신 기술이 보건의료시스템으로 들어오는 여부를 결정하는 게이트키퍼다. 환자에 있어서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상업화된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는 교육 훈련과 마케팅 등으로 한정돼 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연구 개발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메타버스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인 준비도 필요하다고 꼽았다.

연구팀은 "국내 보건의료 메타버스 산업에 맞는 지원책을 파악하고 정책화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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