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응급실, 재난수준…증원 중단하고 전공의 제자리로"

12일 전의교협 '응급실 현황 긴급 조사결과' 발표
"입원실 1000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 1인 근무"
응급실 진료역량, 2023년 대비 50% 이상 하락
7개 병원, 응급실 근무 의사 5명 이하…부분 폐쇄 고려
지방부터 의료붕괴…부산·광주전남 지역 의사수 50% 이상↓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9-12 12:00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응급실 상황이 진료를 보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입원실 1000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 1인 근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문제없는 병원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태 회복을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1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응급실 현황 긴급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응급실 현황 긴급 조사는 9일과 10일 양일간 전의교협 참여 수련병원 중 53개소를 통해 진행됐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급실 근무 의사 수는 922명에서 534명으로 388명(42.1%) 감소했다. 전문의의 수가 감소한 병원은 29개소(54.7%), 변화가 없는 병원은 12개소, 늘어난 병원은 12개소였다. 전공의(일반의)의 수는 총 384명에서 33명(91.4%)으로 감소했다.

7개 병원은 응급실 근무 의사가 5명 이하로 부분적 폐쇄를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었고, 24시간 동안 1인이 근무(6~7명)하는 병원이 10개소였다. 총 17개(32.1%) 병원은 1명이 근무할 수밖에 없는 의사 수만 확보한 상태였다. 부분 2인 근무(8-11명)는 20개소(37.7%)였고, 의사가 12명 이상으로 2인 이상이 항상 근무할 수 있는 병원은 16개소(30.2%)였다.

의사 수가 60% 이상 감소한 병원이 11개소, 50%~60% 미만 감소한 병원은 10개소로 총 21개소(39.6%) 병원 의사가 50% 이상 감소했다.

응급실 의사 수는 총 40% 정도 감소했으나 1인 근무, 배후 진료의 약화 등으로 보아 실제 응급실 진료역량은 2023년에 비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응급실 근무 의사 및 전문의 수 감소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응급실 붕괴가 지방부터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역별 응급실 의사 감소를 보면 충청, 부산, 광주전남 지역이 50% 이상, 강원, 전북, 대구경북, 울산경남 지역이 40% 이상 줄었다. 

수도권은 경기북부가 41.4%, 서울 39.2%, 경기남부 35.8%, 인천 8.9%를 보였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35.7% 감소해 그 폭이 가장 적었다. 

지역별 전문의 수 감소를 살펴보면, 충청지역 27.9%, 광주전남 13.6%, 대구경북 12.8%, 부산 11.4%로 10% 이상 줄었고, 수도권은 증가한 곳도 있었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0.3% 만 감소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 부산지역의 경우, 조사 대상 병원 5개소의 응급의학 의사는 32명으로 병원 당 평균 의사 수는 6.4명이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근무환경이 열악했다. 

전의교협은 "응급실 전체 근무 의사 수는 40% 정도 감소했으나, 1인 근무병원의 취약점과 배후진료의 약화 등으로 현재 수련병원 응급실은 50% 이상의 진료역량이 감소한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공의 사직이 확정된 이후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피로도 증가, 환자 관리 어려움과 소송부담 증가, 대학교수로서의 회의감 등으로 사직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조사병원의 절반에서 교수와 전문의 수가 줄었다"고 했다.

또 "입원실 1000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 1인 근무라는 것이 믿어지는 일인가? 이것을 정부는 문제없는 병원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 더는 버티기 어렵다. 국민들이 피부에 와 닿듯이 응급실은 이미 붕괴하고 있으며, 이제 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 20년 전보다 못한 의료로 가고 있다.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추석 연휴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정부의 명령이 없더라도 휴가도 없이 국민을 위해 응급실을 지킬 것이고, 능력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재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는 단순히 진료를 보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더 늦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관련기사보기

수도권 응급실 전문의 97% "추석연휴 위기, 심각한 위기"

수도권 응급실 전문의 97% "추석연휴 위기, 심각한 위기"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응급실 근무 전문의들은 현재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다가오는 추석연휴 기간 수도권 응급실 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는 응급의료위기와 추석응급의료대란에 관한 전국 응급실 근무 전문의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전문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와 단체대화방, 카페를 통해 온라인에서 3일에서 7일까지 실시해 503명이 응답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지역별, 응급센터 종

[수첩] 응급실에서의 3시간

[수첩] 응급실에서의 3시간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해진아, 아빠가 이상해" 지난 7일 밤, 자취방에서 마감을 치고 있는데 엄마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가 갑자기 몸을 떠는데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을 하는 엄마와, 먼 거리에서 뭐하러 전화를 하냐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웬만큼 아프다고 딸한테 전화하는 부모님이 아닌데, 엄마의 두려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아빠 목소리로 미루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택시를 잡았다. '119에 응급조치를 물어보면 될까. 그런데 119에 상담을 받아도 되는 건가? 응급실은 못 갈 가능성

서울의대비대위, 政 응급실 위기대응대책 강도 높게 비판

서울의대비대위, 政 응급실 위기대응대책 강도 높게 비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의대비대위)는 현장상황 고려 없는 정부의 응급실 위기대응 대책을 비판하며,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본질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대비대위는 9일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밝히면서 "응급실 미수용 대책이 전담책임관 지정과 지자체의 1:1 모니터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응급 진료 의료진에게 최종 치료의 책임까지 묻는 민형사소송 부담부터 해소하고, 상급종합병원 '필수진료' 전문의의 적정수 고용을 보장해 배후 진

응급실 전원 거부 불거져도…조규홍 장관 "붕괴는 아니야" 재차 확인

응급실 전원 거부 불거져도…조규홍 장관 "붕괴는 아니야" 재차 확인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응급실 대응인력 부족으로 전원 거부 등 응급실 위기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연휴기간 응급실 운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추석연휴기간 전국 409개 응급기관별로 전담관을 지정해 지원이 필요한 곳에는 핀셋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응급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붕괴'는 아니라고 재차 확인했다. 조규홍 장관은 6일 'KBS 1라디오, 전격시사' 전화인터뷰를 통해 추석연휴 대책 및 응급실 지원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추

[수첩] 응급실 찾은 대통령의 빨간약

[수첩] 응급실 찾은 대통령의 빨간약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주워담았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 국정브리핑 발언 이후 현장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거나 정작 윤 대통령은 최근 수개월 의료 현장을 방문한 적 없다는 의료계와 국회 질타가 쏟아지자 현장을 찾은 것.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저녁 9시께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진을 격려하며 감사를 표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추석 전 가용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필수의료에 대해선 빠른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