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의사수 증가 따른 건보재정 악화·의료비 증가 우려

10일 서울의대비대위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
政과 의료계, 의사수 증원 놓고 시각차 여전
정경실 단장 "의사 수 늘어난다고 의료비 증가한다는 연관성 없다"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0-11 05:5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사수 확대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재정 및 국가재정 투입으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점진적 의료비 증가로 국민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 증원 없이 현 체제 안에서 문제점을 개선해 효율을 높여 의료비 부담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맞받았다. 

10일 서울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서울의대비대위 주최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는 참석자들 간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토론회 사회자인 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 상임대표는 "소비자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지가 가장 궁금하다. 의사수가 2000명이 증원되고, 1500명이 증원되고 10년 동안 얼마가 증원됐을 경우에 소비자가 부담해야 될 비용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가 제일 무섭다. 또 정부에서 내년에 2조원의 예산을 수립했지만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 재정은 어느 정도 충당해야 할 텐데 그 인상률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에 대해 말해줘야 하는데 아무 얘기가 없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은 "그동안은 건강보험 재정에만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필수의료. 지역의료 살리기 위해서 국가재정이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년부터 실행하려고 한다. 건보재정 적립금은 현재 28조원 정도 남아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건강보험요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기존에도 올려왔고 어느 정도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다만 급격한 증가라든지, 재정을 보완적으로 쓰기로 했기 때문에 재정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감당해가면서 유지를 해나가겠다"며 "증원이 이뤄진다 해도 당장 의사 인건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증원 이후 의료현장으로 배출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있고 전문의가 되려면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임의기간까지 합하면 13년~16년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에 재정을 잘 운영하면서 대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정경실 단장은 장 수석의 설명에 첨언하며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가 폭증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건보재정 내지는 국가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자라는 것이다. 최근 경향들을 보면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연관성은 없다. 또 의사 수가 부족한 곳에 의사 수를 늘어서 조금 더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된다면 그것은 부담을 해야 되는 영역에 부담을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건보재정 및 국가재정을 의료개혁에 투입할 경우, 이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경험할 수 있는 질적인 의료서비스 향상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유미화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돈을 쓸 때는 효과를 기대한다. 그래서 지금 건보재정 적립금이 28조원이 있고, 그중에 10조원을 상급종합병원에 투자하고, 정부 재정 10조원을 더해서 20조원을 의료개혁에 투입한다고 하는데 투입되는 만큼 더 좋은 의료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경실 단장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단적으로 말하면 양에서 질로 바꾸자는 것이다. 환자가 지속적으로 의사에게 상담도 받고, 건강관리나 체크도 하고, 중증으로 병원에 갔을 때는 심층적으로 상담하고 진찰을 받을 수 있다 보면 양이 아니라 질로 전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의 의료전달체계, 수가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하은진 교수(서울의대비대위)는 "의료개혁을 양보다 질로 가고 소비의료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에 무엇이 있을까, 지금 줄여보려고 하는 것은 의료 전달 체계를 개선해서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면서도 질을 유지하자라는 얘기를 했지만 또 하나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만성질환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좀 필요할 것 같다. 노인은 만성 질환을 여러 개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전부 약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그러면 환자 1명이 약을 약 10개씩 먹게 된다. 오히려 환자들이 그 약으로 인해서 부작용이 생겨서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인의 만성 질환을 대비하기 위한 구조로서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조금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폭증할 수요를 최소화하고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줄 것인가, 그런 건강관리를 하는 시스템은 오롯이 의사들 위주로만 갈 것인가, 의사가 리더로서 역할을 하면서 그 안에서 팀을 짜서 예방적인 관리를 할 수 있으면 될 것이다. 사실 상급종합병원 오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 과 가고, 저기 과 가고,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그러면 그것을 1차 진료 영역에서도 다학제로 진료할 수 있게 다학제, 다집중 진료를 할 수 있게 수가를 만들어주면 된다"고 제언했다.

하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게 되면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과연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민의 세금을 의사를 늘리는 데 쓰지 않고 이러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먼저 투입해 조금 더 나은 의료환경에서 국민들이 진료를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필수의료를 하는 핵심 중증의료를 하는 의사 입장에서 볼 때, 건보재정이 잘 유지되지 못하면 앞으로 볼 수 있는 환자가 별로 없다. 중증의 환자분들이 치료를 못 받거나 치료를 포기한다"며 대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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