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올해 의료계에선 진료과별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했다. 내년 시행될 5주기 검진기관 평가지침 내시경 관련 연수교육과 인증의 인정 여부를 둔 외과·가정의학과와 내과 간 갈등이 다시 발발한 것이다.
검진기관 평가지침 내 내시경 인증의와 연수교육을 둘러싼 갈등은 수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는 이슈다. 외과와 가정의학과는 각 학회에서 내시경 인증의 제도와 연수 교육을 운영 중이지만, 검진기관 인력평가에선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나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인증의와 연수교육만 인정돼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외과의사회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2022년에도 4주기 검진기관 평가지침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외과와 가정의학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내년 5주기 검진기관 평가지침 시행을 앞두자 갈등이 재점화됐다.
외과의사회는 지난 9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검진기관 평가 개선을 촉구했다. 인증의와 연수교육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민 보험이사는 "내시경 영역이 내과 전유물이 아니게 된지 30년이 돼 간다. 초음파 등 모든 검진 장비는 한 학회에 독점으로 두지 않는다.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며 "복지부는 이성적 답을 준 적이 없다. 합리적 설명이 없다면 정치적 이유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도 같은달 추계학술대회에서 목소리를 더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내시경 검사는 내과 의사뿐만 아니라 많은 의사가 시행하는 시술이며, 특정 과에 독점돼서는 안 된다"며 "현 검진기관 평가는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위대장내시경학회 인증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폐쇄적이며, 평가 고유 목적을 넘어 특정 카르텔에 의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내과는 내시경 전문성 훼손은 궁극적으로 내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내과는 소화기 내과학에 기본을 둔 내시경학을 전공의 과정부터 수련함에 따라 내시경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내시경 분야에서부터 전문성이 훼손된다면 내과 역할 축소와 붕괴, 전공의 지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내시경 인증·교육은 타과에도 문호가 열려 있다는 점과, 국내에 필요한 이상으로 내시경 전문 의사가 육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질적 장벽이 없는 상황에서 인증·교육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특정 진료과 입김에 보건당국이 휘둘리는 모양새란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미온적 태도를 보여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과의사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3일 5주기 검진기관 평가지침을 확정 발표했다. 5주기 평가지침에서는 가정의학회와 외과학회 내시경 인증서도 위대장내시경학회와 동일하게 내시경 시술 건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서류로 인정받았다. 연수교육 평점은 기존과 같이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위대장내시경학회만 인정된다. 외과와 가정의학과 요구 가운데 인증의 부분만 받아들인 셈이다.
해묵은 논란에 정부가 반쪽짜리 중재안을 내놓으며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외과나 가정의학과는 실익 없는 명분만 가져온 반면, 내과 입장에선 전문영역 훼손 첫발을 허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정승진 가정의학과의사회 총무이사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결론이다. 인증의는 학회에서 학술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받는 건데, 프로그램은 인정을 안하고 인증의는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이도 저도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정용 내과의사회장은 "암검진에서 이렇게 전문영역을 풀어버리면, 일반검진에서 영상의학과나 진단검사학과 영역도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너나 없이 교육하겠다 나설 경우 원칙을 무너트린 정부가 어떻게 답을 하겠나. 조그만 불씨도 산불로 번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외과와 가정의학과가 예고한 행정소송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정의학과의 경우 우선 최종 시행 때까진 소송보다 합리적 해법을 찾아보겠단 입장이나, 외과는 행정소송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세라 외과의사회장은 "잘못된 행정이다.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소송 과정에서 여론도 형성될 거고, 법원은 판단할 거다. 누가 문제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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