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진료도 비급여 되나…혼합진료 금지에 개원가 혼란

검사는 비급여, 진료는 급여…"독감 진료 비급여 해야하나"
이비인후과醫 "독감 환자 본인부담금 폭증, 국민 용납할까"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1-20 05:58

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회장, 박상호 서울지회장. 사진 = 메디파나뉴스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와 논의 없이 혼합진료 금지 정책이 발표되면서 개원가 진료현장 내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독감처럼 급여와 비급여가 혼재된 진료행위의 경우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검사도 진료도 비급여로 해야 해 본인부담금이 폭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혼합진료 금지 정책 맹점을 지적했다.

혼합진료 금지는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받는 것을 제한하는 정책이다.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고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목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비중증 과잉이 우려되는 비급여 진료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재평가를 통한 퇴출 기전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의료계와 논의 없이 정책이 발표되며 현장에선 우려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비인후과의사회가 지적하는 대표적 문제는 독감이다.

개원가의 경우 독감 검사는 비급여다. 반면 진료는 급여로 이뤄진다. 만약 혼합진료 금지 정책이 시행되면 독감 검사를 비급여로 했으니 진료도 비급여로 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환자가 검사를 하지 않고 치료만 하겠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비급여 항목이 있기 때문.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급여지만, 항바이러스 주사제인 페라미플루는 비급여다. 페라미플루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환자는 진료비도 비급여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김병철 이비인후과의사회장은 "국민들은 건강보험에 돈을 내고 혜택을 받고 있는데, 독감으로 환자 본인부담금이 엄청나게 늘어나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나"라며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세밀하게 정책을 펴야 하는데 굉장히 당혹스럽다. 당장 환자분들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발전 측면에서도 문제가 지적된다. 새로운 의료 기술은 일반적으로 인정 비급여로 시작해서 평가받고 급여로 정착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혼합진료 금지 정책이 시행된다면 이 같은 기술을 진료현장에 활용하는 데 제한이 많아질 것이란 우려다.

박상호 서울지회장은 "신의료기술은 인정 비급여로 시작해 정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이 위축될 것"이라며 "의료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혼합진료 금지로 비급여 통제를 시작하는 것은 비급여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의료 제도 문제를 외면한 정책이란 점도 지적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합헌으로 결정하며 '비급여진료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할 수 있으므로 당연지정제를 통한 수가 통제가 어느 정도 정당화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혼합진료 금지는 세부 운용 기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개원가에 극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헌재 논거와 맞지 않는 정책이란 지적이다.

김 회장은 "혼합진료 금지는 의사와 환자 선택권을 상당히 제한할 수도 있고, 비급여진료 자체에 대한 규제에 박차를 가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의료제도와 비급여진료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통찰 없이 정부 가치판단이 옳다고 믿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합진료 금지 정책에 반대하며, 보건의료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에서 의료계와 논의와 의견 수렴 과정이 생략된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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