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개혁이 추진된 지난 1년 상급종합병원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전공의 수련의 중심이었던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부재로 교육 및 수련기관에서 진료기관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이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중증·전문의 중심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진행하면서 진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보다 강화되는 상황이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A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지난 1년 너무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상급종합병원이 교육기관에서 진료기관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교육보다는 진료 중심 위주로 가다보니 진료기관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전공의 공백이 크게 다가왔지만 교수들과 간호사들이 공백을 수습해가면서 현장도 익숙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A교수는 "전공의 공백이 벌써 1년 이상 지나버린 상황이다 보니 그 자리를 간호사들이 메우기 시작한지 오래다. 교수들도 여기에 적응하고 있다. 이에 전공의들이 돌아온다고 할 때 역할의 범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중증 질환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재편되면서 전공의 수련과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기존에는 모든 과에 대한 수련을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중증 중심으로 수련과정이 재편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A교수는 "중증질환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전환되고 있어서 전문의 과정을 안 받는 전공의들도 많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중증질환이 적은 과지만 국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과들이 많다. 이에 1차 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사를 대량으로 육성하는 교육기관이 생길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상급종합병원, 전공의·의대생 교육 기능 재평가 필요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교육 및 수련 기능을 재평가하고, 의과대학생 교육의 방향성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시된다.

울산대병원 옥민수 교수(예방의학과,
사진)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상급종합병원이 교육수련기능을 더 가져야 되는지 고민하게 됐다. 전공의 수련을 어떻게 가져가야 되는지, 전공의는 나중에 어떤 역할을 해야 될지, 그리고 전공의 교육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생 교육까지 합쳐서 병원의 교육 기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중증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려면 적합질환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 환자를 담당한다면, 외래로 오는 증등증, 경증 환자들을 1·2차 의료기관으로 연결시켜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코디네이션 기구 마련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를 본다고 하더라도 외래를 통해 중증이 아닌 환자가 상종으로 올 경우,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코디네이션, 조정의 기능이 필요하다. 그 조정의 기능을 상종이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2차, 1차 의료기관간 협력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도 진료협력센터가 있지만, 여기서는 중증이 아닌 환자에게 그냥 가라고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환자를 관리해주고, 지역 안에서 코디네이션, 조정기능에 대한 좀 더 강한 역할 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를 통해 보상과 보완이 진행되는 만큼, 실질적인 평가체계 마련과 이를 심사하는 기구의 역량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옥 교수는 "지금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지원사업의 핵심은 중증 질환을 더 보면 더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 안에서 코디네이션 역할을 하고 지역 완결적 의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더 강화돼야 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적합질환군을 얼마나, 몇 %를 더 보느냐가 주된 평가지표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지역 안에 있는 병원의 환자 케어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에 대한 평가지표를 만들어서 평가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 한다. 심사평가원이나 건강보험공단이나 처음 시도되는 사업이다 보니 아직 준비가 덜 돼 있은 것 같다. 그런데 의료개혁의 필요성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지향한다고 하면,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평가지표, 산출체계가 분명히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외래 진료, 경증 환자 여전히 많아…중증 환자 중심 전환 불완전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와 전문의 중심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외래 진료에서 경증 환자도 많이 보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중증 환자 중심 병원으로 전환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하은진 교수(신경외과, 중환자의학과,
사진)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전문의 위주의 의료개혁 방향에 적응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아직 적자로 인해 악화되는 병원들도 있지만 일부는 적자 폭도 감소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다만, 외래는 경증도 보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중증 위주의 상종으로 전환에는 불완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중증 질환을 담당하는 진료과와 경증 질환을 담당하는 진료과 간의 업무 부담 차이가 점점 커지면서 중증 질환을 다루는 과의 의료진은 상대적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함에 따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 교수는 "전문의 충원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오히려 이탈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아울러, 중증 질환을 보는 진료과와 그렇지 않은 진료과 사이의 로딩의 괴리가 더 커져서 상대적 박탈감이 내부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지역 병원(로컬 병원)에서 새로운 전문의를 충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기존에 확보된 전문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하 교수는 "기존의 전문의 이탈을 최소화 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로컬에서의 충원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기존의 전문의들을 중증질환별로 중권역, 대권역화해 센터를 만들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개별 병원마다 부족한 의료진을 확보하려 하기보다, 권역별로 협력 체계를 만들어 전문의 인력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해야 의료 자원의 분산을 막고 규모의 경제도 실현 가능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아울러, 의료개혁 정책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균형있게 개선하지 않으면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하 교수는 "환자들의 불안이나 혼란은 줄이되 진료의 질을 높이려면 1, 2차 병원의 역량을 높이고, 연계를 좀 더 유기적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 상급종합병원만 변해서는 의료전달체계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불완전한 개혁으로 종료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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