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생한 46억 원 횡령 사건과 같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횡령을 한 직원은 재정관리실 3급 팀장으로, 사무장병원 및 폐업 의료기관의 지급 보류된 채권자 계좌의 채권 관리를 담당했다.
해당 직원은 분기마다 의료기관 요양급여 비용을 전산상 지급했다고 허위 표시한 뒤 개인 계좌로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결재하면 상사인 실장까지 자동 결재되는 '위임전결 시스템'을 이용했다.
건보공단은 계좌 등록·변경 권한과 조회·승인 권한이 같이 부여되는 등 권한 분산 및 견제장치가 미흡해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횡령이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사실을 알게 된 이유다.
기본적으로 현금급여는 계좌등록 권한이 구분돼 있었으나, 채권 업무에 대해서만 특수성을 인정해 권한 분산을 하지 않았다. 요양기관 채권자가 지급요청 시 지급계좌 등록·변경은 담당자가 처리 후 팀장이 승인하고 있으나, 팀장은 등록‧변경 권한을 같이 갖고 있었다.
이어 공단은 계좌정보를 금융결제원 조회 후에도 실 예금주를 임의 수정이 가능한 전산시스템상의 문제, 사업부서와 지급부서간 상호점검 체계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2022년 상반기, 공단은 사건 발생 부서인 재정관리실에 대해 종합감사, 복무감사를 실시한 적이 없었다.
해당 부서의 감사는 2022년 5월 '자금운영 투명성' 및 '2021년 회계연도 결산' 분야에 중점을 둔 기획(재무) 감사였다.
건보공단은 "금번 횡령사고가 발생한 부서의 업무는 일상적 급여비 지급업무가 아닌 폐업 요양기관이나 사무장병원 운영에 따른 요양급여비 압류채권관리다. 담당자 세부 현금지급 업무에서 발생한 권한 부여 문제가 있었고, 자금관리와 결산업무 중심의 감사에서는 확인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공단은 피의자의 계좌 등록·변경 권한을 삭제하고 조회·승인 권한만 부여했다.
그리고 최종 승인 결정 권한을 담당 부장까지 상향 조정했다. 채권서류 접수와 신규 등록·변경하는 지급계좌 전건을 '담당-팀장-부장'이 3중으로 확인해 승인·관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금융결제원 계좌확인시스템 조회 시에는 실 예금주가 자동 저장 되도록 프로그램을 보완해, 임의로 계좌 정보를 수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원인 행위 부서(급여관리실)와 지출 부서(재정관리실) 분리를 결정했다.
이밖에 공단은 사고 발생 즉시 공단이 처리하는 현금지출업무 전반에 대해 유사한 위험요인을 전사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공단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내부 회계처리 과정에서 발견된 권한 부여, 부서 간 상호 검증 등 위험요인을 즉시 개선하겠다. 횡령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 감사시스템을 고도화해 건보공단 자체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스마트 감사시스템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감사로, 감사 효율성 향상에 기여했다.
공단은 "금번 사고에 따른 본부 현금지출업무 리스크 요인 사전점검을 위해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 공단은 올해 말까지 1차적으로 본부 71개 현급지급 업무 점검용 감사장표를 개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2차적으로 스마트감사시스템 장표를 활용한 기획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 본격화될 스마트감사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위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예산도 확보할 방침이다.
공단은 "향후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단의 현금지출 업무 전반을 점검해 업무절차 및 전산시스템을 개편하고, 감찰 등 내·외부 통제 강화방안과 인사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횡령한 46억 원의 회수에 대해서는 경찰수사 중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단은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피해 최소화를 위해 피의자 계좌동결 및 예금채권 가압류 조치, 피의자를 상대로 46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추가 재산이 확인되는 대로 가압류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공단의 민사상 조치와는 별도로, 경찰도 횡령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피의자나 그 가족이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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