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 인재를 '의사-과학자'로 양성하고자 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의지가 커지고 있다.
의사과학자(MD-PhD)란 임상지식을 바탕으로 기초의학, 공학 등의 지식과 융합해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질병 치료 및 신약·의료기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의사를 의미한다.
최근 30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절반 가까이가 의사과학자였으며, 코로나19 백신의 빠른 개발 배경에는 이들의 활약이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의사과학자 양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의사과학자가 바이오 헬스산업과 의생명과학 분야의 경쟁력을 얻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은 새로운 진단·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의사과학자 양성이 큰 이익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연구가 가능하다.
따라서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의료계를 비롯 정부가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의 경우 지난해 '연세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을 발족했다. 사업단은 의과대학 인재들을 의생명과학과 바이오산업 리더로 육성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세대학교는 현재 의학 교육 전주기에 걸쳐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의과대학생들이 생명과학·인공지능·공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러 교육 과정을 마련했다.
연세의대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세계적인 의사과학자 양성의 성공 모델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도 직접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겠다고 손을 들었다.
카이스트는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오는 2026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으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포스텍도 올해 의과학대학원 개원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병원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중심의 투자도 계속됐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아래 2019년부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석·박사 학위 과정을 마친 후에도 의사과학자 진로를 지속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신진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혁신형 미래의료연구센터' 6개를 신규 선정했다.
서울 권역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인천·경기 권역에서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대구·강원·경북 권역에서는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 대전·세종·충남·충북 권역에서는 단국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 부산·울산·경남 권역에서는 부산대학교병원, 광주·전남·전북·제주 권역에서는 전북대학교병원이 선정됐다.
선정된 6개의 기관에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총 459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의료가 의술로 병을 고치는 '진료'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 이 탓에 의사와 연구를 분리시키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대학병원은 교육과 연구보다는 진료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동안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진료 부담 때문에 연구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진료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된다면, 의사과학자의 양성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란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맥락에서 혁신형 미래의료연구센터는 의사과학자들이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 센터는 의사과학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실험실 공간을 확보하고 충분한 연구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사업화 컨설팅, 기업 연계 프로그램 및 바이오산업 현장 연수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혁신형 미래의료연구센터는 '주 40시간 근무 중 16시간 이상의 연구시간 확보'를 약속한 병원장 명의의 확약서를 제출한 상태다.
과기정통부 이창윤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의사과학자는 인체와 질병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병원의 풍부한 의료데이터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연구 인력이다. 이들은 앞으로 바이오헬스 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필수적인 융합형 인재다"라며 "의료계의 인재가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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