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답보 상태‥방해꾼 아닌 '검증자'가 필요하다

의사·약사·플랫폼 업체·환자, 비대면 진료 환경 위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
"비대면 진료가 치료 효과와 안전에 문제 없는지 검증이 우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8-03 11:3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올해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종료됐다. 대신 정부는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다섯 건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움직임이 없다.

말 그대로 '답보 상태'인 셈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난 3년 3개월 동안 의료법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신설하지도 않았고, 비대면 진료의 효과·안전·불편에 대해 충분한 검증도 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의료계·약사계·산업계·소비자단체·환자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을 구성해 여러 쟁점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고 시범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각 업계의 시각이 너무 다르다 보니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서비스 제공 및 이용 관련해 불만과 불평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을 원칙으로 실시하고 재진 중심으로 추진하며, 의약품 배달은 본인 또는 대리 수령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희귀질환 환자와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 상태 점검이나 검사 결과의 설명과 같은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재진 환자는 예외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섬·벽지 환자와 감염병 확진 환자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65세 이상 환자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장애인인 환자는 예외적으로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야간·휴일 소아 환자도 초진이 예외적으로 허용되지만, 처방은 안 되고 의학적 상담만 가능하다. 

섬·벽지 환자와 감염병 확진 환자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65세 이상 환자와 등록장애인인 환자는 배달·택배와 같은 재택 수령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산업계는 초진 허용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시범사업에서 초진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자 다수의 중개 플랫폼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호소도 들려온다.

시범사업에서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환자는 '30일 이내'를 재진 비대면 진료의 허용 기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산업계는 이 부분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비대면 진료는 누구를 위해 추진되어야 하는지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는 지리적 의료취약지 환자들과 신체적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먼저 허용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 대면 진료가 가능하지만 환자의 편의를 고려해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치료 효과나 안전에 문제가 없는 질환의 환자들에게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검사 결과의 단순 통보가 필요한 중증질환 환자도 비대면 진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연에 의하면 산업계에서는 초진 비대면진료를 제한하면 환자 수가 적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진 허용기간이 1년 이내인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와 초진이 허용되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65세 이상 환자와 등록장애인인 환자만 합쳐도 대상 수가 적지 않다. 

따라서 환자단체는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지리적·신체적 한계로 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 더불어 대면 진료가 가능하지만 환자 편의를 위해 비대면 진료를 받는 경우 치료 효과와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와 비교할 때 오진 발생 가능성이 있어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한 의료기관이 중개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하면 과잉진료 유도 및 의료전달체계 왜곡 등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해외에서는 대면진료에 비해 추가로 수가를 주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30% 수가를 추가로 가산해 주는 것이 적절한지와, 환자 본인 확인 등 화상이나 전화로 비대면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불편한 점이 없는지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 

약이 비대면 처방돼 조제를 거쳐 환자에게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도 환자 관점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산업계에서 완화를 요구하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와 그 외 환자의 재진 비대면진료의 허용 기간이 적절한지도 검증해야 한다.

환연은 "진료와 처방을 하는 의사, 조제와 복약지도를 하는 약사, 비대면진료를 중개하는 플랫폼 업체, 의료서비스를 실제 제공받는 환자 모두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산업계도 초진·재진 허용 범위 확대 논란으로 더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방해꾼으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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