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분노한 의사 3만여 명이 여의도 인근을 가득 메웠다.
3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의사 3만여 명이 참석했다.
당초 이날 집회 신고된 인원은 2만 명으로, 이에 맞춰 여의도환승센터 인근부터 마포대교 사거리까지 650m 규모 펜스 내부가 가득 차 여의도공원에 자리한 참석자들도 많았다.
총궐기대회 사회를 맡은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은 궐기대회 도중 공원에 많은 참석자들이 몰려 있어 안전이 우려된다며 경찰에 펜스 규모를 넓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는 젊은 의사부터 아이를 안거나 유모차를 끌고 온 의사들,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 의사들이 모여 일방적 정책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현장에선 정책 추진 전면에 나서거나 동조하며 의료계 공분을 사고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얼굴을 프린트한 피켓도 등장했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해외에서도 주목받으면서 카메라를 든 외신 기자들도 현장에 보였고, 참석자들은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어 피켓을 즉석에서 만들어 공원에 두기도 했다.
총궐기대회 연대사에 나선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의학교육 현장을 무시하는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의사를 현장으로 되돌릴 대책은 없이 15년 뒤 배출될 의사를 늘리고자 기피를 심화시킬 사태를 야기했다는 것.
박 부회장은 "젊은 의사들은 분명히 목격했다. 필수의료에 종사하면 마음대로 사직하거나 계약도 포기할 수 없구나. 평생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되겠구나. 과연 이런 방식으로 필수의료가 살아나겠나"라며 "대한의학회는 후배 의료인이자 제자인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도 정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졸속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며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의료진이 현장을 떠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강력한 행정력으로 경찰 검찰 사법적 무기로 의사를 처벌하고 어쩌면 정부가 승리할 수도 있다. 최소한 국민과 의사를 갈라놓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절대 정부의 승리는 아니다. 환자, 정부와 믿음은 완전히 파괴돼 더 이상 사명감으로 일하는 의사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응급실을 그만둔 전문의에게 문자가 왔다. 우리가 돈을 더 벌기 원한 것도 이니고 편한 것을 바란 것도 아닌데 이기적인 의료카르텔로 몰아가는 정부와 악플러가 너무나도 밉고 두려워져 그만두게 됐다고, 밤새 울었다고 한다"면서 "더 이상 필수의료 의사를 욕보이고 조롱하지 말라. 의사를 욕하고 때리고 처벌해 필수의료를 망가뜨리는 건 정부라는 것을 국민께서 알아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문제점으로 구체적 실행 주체나 계획이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더해 몇 년 남짓한 정권 임기로는 정책 안정성조차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으로 보건의료 기본계획과 시행을 주기적으로 할 것을 법제화했으나 20년 동안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했다는 점도 되짚었다. 이런 가운데 방향성 제시에 그치는 정책으로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안 명예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3년, 조규홍 박민수 장차관은 길어야 2년 미만 임기인데 정권이 바뀌면 정책 안정성도 보장할 수 없다"며 "상징적이고 방향성 제시에 그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구체적 실행 주체와 계획이 결여 됐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박명하 조직위원장과 박인숙 대외협력위원장, 임현택 위원은 결의문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 원점 재논의, 2000명 증원 졸속 추진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가 정치와 정쟁 대상이 아닌 우수한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 지속가능성에 대한 존망이 걸린 중대 사안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일방적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중단할 것으로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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