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전공의 사직서 제출과 정부 각종 명령에 따른 소송전 양상을 앞두고 법조계에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사직·파업 여부에 대한 시각이 갈리며 이어지는 사직서 유효성과 업무개시명령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다만 ILO 협약이나 의대정원 증원 행정소송 가능성은 낮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1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ILO 협약과 의대정원 증원 행정소송, 가능성 저조
이날 간담회에서는 먼저 최근 전공의들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 개입 요청 서한을 발송한 것에 대해 가능성이 저조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는 ILO 협약상 강제 근로에 해당되지 않는 5가지 예외 사항 규정에서도 긴급한 경우에는 강제 근로 금지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업무개시명령이 협약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를 시작으로 제기된 의대정원 증원 취소 행정소송의 경우에도 시기가 이르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의대정원 증원이 실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선 존재하지 않는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민 변호사(법률사무소 헤아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위원)는 원고 적격도 문제지만 결국 처분성 결여로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고등교육법상 교육부 장관이 공표해야 한다거나 입학 전형에 대한 사항은 6개월 전에 해야 적법하다는 부분도 대학 구조개혁 의미를 통폐합이나 정원 감축 등 대학 규모 축소를 위한 정책으로 한정해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소윤 한국의료법학회장(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은 법리에 앞서 이번 의대정원 증원과 같은 행정절차가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민주주의에 비춰 볼 때 타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서 예측하지 못하게 사회적 파장이 큰 사항을 발표한 것은 법리적 문제를 떠나 합당한 방법인지 의문이라는 것. 아울러 기간이 총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전공의 파업이나 사직서 가능성을 예측하고 준비해 온 정황도 있다는 점도 되짚었다.
이 같은 행정에 문제제기도 하지 못한 채 법리만 따진다면 독재 국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사직한 전공의를 모든 행정행위를 동원해 압박하는 것은 의사는 민주주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보여져 젊은 의사가 의사를 그만두게 만드는 요소라는 점도 부연했다.
◆떠난 전공의들, 사직일까 파업일까
병원을 떠난 전공의 움직임을 회의감에 의한 사직으로 볼 것인지 파업으로 볼 것인지부터는 해석이 갈렸다.
임 변호사는 정부 갑작스런 정책 발표와 내용을 살펴본 뒤 느낀 회의감에 의한 사직이라는 시각을 제시했다. 3~4년 뒤 전문의가 되더라도 대학병원에 채용될 수 있는 구조에서 개원시장으로 몰려 나가도 전문의 능력을 활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수련과 전문의 자격 취득을 포기했다는 것. 그는 "사직인지 파업인지 명확히 하려면 문제가 해결된 다음 전공의들이 과연 병원에 돌아올 것인가를 보면 안다"며 "장담컨대 60% 이상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군대를 가거나 해외 의사면허 취득 절차를 밟거나 미용성형 개원시장에서 돈을 벌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민 변호사는 전공의 사직 본질은 파업이라고 봤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무제한적일 수는 없고,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서는 국가 자격 의무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당사자 본심은 사직이 아니라 파업으로 해석되고 실제 법률적으로도 그렇게 보고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쟁의행위성이 있는지를 논의해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개인 사직이라는 주장은 본질을 보지 않고 형식적인 것만 보는 것"이라며 "결국 본질은 사직서 제출을 통한 파업 진료 거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은 사직서 유효성부터 업무개시명령 타당성 여부에 대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임무영 변호사는 14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언급처럼 전공의 사직에 민법 66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근로기간 약정이 있으면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다만 661조가 적용 가능하다고 봤다. 661조는 근로기간 약정이 있을 경우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득이한 사유는 일반적으로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돼 '지속된 주 80시간 이상 근무로 체력적으로 버틸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거나 '피교육생 입장에서 교육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하면 명백한 부득이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사직서를 낸 순간 효력을 발휘하고, 근로계약 관계는 종료된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법률 해석이란 것.
이 경우 업무개시명령도 자연히 부당한 명령이 된다. 의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계약관계가 없는, 사직으로 소속이 없는 전공의에게 종전에 소속된 병원에 가서 수련받고 진료하라는 것은 위법한 명령이란 것.
반면 이민 변호사는 사직서 수리에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원칙적이며, 부득이한 사유는 결국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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