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발생 원인을 중증·필수의료 의사 부족과 이에 대한 불공정한 보상 등을 문제로 진단한 것에 대해 공감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로드맵의 첫 단추를 급격한 의대증원으로 시작한 것은 잘못된 정책으로 원점에서 의료계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 7개월 이상 지속된 의정갈등으로 인해 필수·지역 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으로, 조건을 제시하지 말고 대화테이블에 앉아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연휴 기간 이송 지연과 응급실 뺑뺑이 사례들를 들며 "후속 진료를 담당한 필수 의료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며 "중증·필수 의료 의사들에 대한 불공정한 보상, 과도한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필수 의료가 서서히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문제진단에 대해 서울대병원 하은진 교수(신경중환자의학)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10년 뒤 배출될 의사를 늘리는 의대정원 증원정책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실행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논의해 필수·중증의료의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파악해 이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필수의료 중 세부 과별로 의사 부족상황을 파악해 전공의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은진 교수는 "예를 들면, 순환기에서도 심초음파를 보거나 고혈압을 보지, PCI(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는 안 하려고 한다. 신경외과도 척추를 선택하지, 뇌혈관이나 뇌종양은 선택 안 하려고 한다. 외상 정형외과 안 하고, 소아정형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안하려고 하는 부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즉 이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빠른 방향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의대정원 증원정책으로 인해 신경외과를 하려고 했던 전공의들 400명을 내보냈다. 이들이 신경과에서도 기피했던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더라면, 더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아울러, 문제가 파악된 기피과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다각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하은진 교수는 "전공의들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지만 힘들고 어렵고 보상도 낮고 사법리스크는 크고, 어렵게 훈련을 받고 와도 대학에 자리도 별로 없다. 때문에 대학에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또 필수적으로 당직을 서게 되는데 이러한 시스템에서도 번아웃이 되지 않을 적정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기피과의 경우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고, 수가를 올려줘도 다른 쪽 수가가 낮아져서 총매출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신규 인원을 뽑지 않는 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증원의 백지화보다는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잘못된 정책에 대한 사과와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는 국민들과 의료계 모두를 설득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세금이 잘못된 정책을 되돌리기 위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안 주던 것을 더 줘야 되고 의료행위를 안 하지만 응급, 중증 발생 상황에 대기하는 시간 등에 대해서도 수가도 지급하고, 인력 고용을 위한 투자를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 의정간 허심탄회한 대화 촉구…의료계의 의료개혁안 제시 필요
장기화된 의정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허심탄회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며, 의료계가 생각하는 의료개혁방안에 대해서도 구체화해 제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울산대의대 옥민수 교수는 "의료계와 정부는 같은 현상을 다르게 지금 진단하고, 다르게 처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말한 필수 의료 관련 배후 진료나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에 대해 인력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의정갈등이 너무 길어졌고 그로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서 얘기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현재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2025년 정원은 돌이키는 것이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완전히 길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때문에 이를 포함해서 논의를 해보자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계 쪽에서도 지금 지역사회에서 의사 구하기 힘든 어려움에 공감하고 그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에서 대안을 만들어서 정부에 제시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협상이 이뤄진다면, 만나기 전에 언론에 미리 알려서 논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테이블에서 어떤 얘기를 하던 그것은 자유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2025년은 절대 바꿀 수 없고 2026년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빨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정원정책이 충분하지 않다면, 충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제안이 없는 상태다. 예를 들면,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하면 한정된 재정 안에서 얼마만큼 올려야 되는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협상장에서 의료계에서 원하는 현실적인 의료개혁에 대해 가감없이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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