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기피과 전임의 채용 '비상'…인력부족 현실화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기피과 전임의 모집은 '0 또는 극소수'
"전임의 모집 결과, 예견된 상황이라서 놀라는 교수 없다"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0-26 05:59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빅5 병원이 내년도 전임의(임상강사, Fellow)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임의 채용이 절반만 채워져도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특히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소위 기피과 전임의 지원자는 없거나 극소수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인력난은 이미 예견된 상황으로 놀랍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전공의들이 사직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문의 배출이 없어서 전임의로 지원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 2025년도 전임의 모집을 진행했지만 총 모집인원 459명 중 222명이 지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중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은 지원자가 없거나 1, 2명 정도에 그쳤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빅5병원은 2025년도 전임의 모집을 마감했거나 진행 중으로 확인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4일부터 내달 1일까지 전임의 모집을 진행 중이다. 고려대의료원(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도 지난 22일부터 내달 4일까지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4일부터 내달 1일까지 진행하며, 서울성모병원은 25일부터 내달 8일까지 진행 중이다.

같은날 서울아산병원 A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산병원은 아직 서류 접수 중이지만 서울대병원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펠로우 전체로 따지면 절반은 채울 수 있어도 필수과라고 하는 산부인과, 응급의학과는 거의 지원자가 없다. 서울대병원이나 아산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 일 것"으로 내다봤다.

고대안암병원 B교수도 "전공의 4년차가 없으니 전임의를 못 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아직 8일 정도 남아있으니까 지원 마감이 종료되면 최종 수치가 나오겠지만 서울대병원이 반 정도를 채운 것이 기적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을 취소하고 정부 책상에서 만든 상상력 말고, 실질적인 의료정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C교수는 "이번 전임의 모집 결과에 대해 예견된 상황이라서 놀라는 교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데 어떻게 전임의 지원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공의를 마친 사람들이 전임의에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전공의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극소수 남아있는 전공의들이 전임의에 모두 다 지원한다고 해도 그 숫자가 너무 적다. 그런데 남아 있는 전공의들도, 전공의 기간을 마치고 나서 전임의를 할지 알 수 없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아울러, "전공의를 마치고 제대한 사람들 중에 전임의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향을 묻기 위해 연락을 다 해봐도 약 20% 정도, 그러니까 10명 중에서 2명만 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나머지 8명은 지금 상태에서는 전임의를 할 의지가 없다고 한다. 현재 전공의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전공의들이 해야 할 일까지 전임의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의학적으로 배워야 할 일은 못 배우고 본인들이 전공의 때 배우고 싶어서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또다시 해야 되는 상황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의정갈등)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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