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마약 관련 식약처 내년 예산(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대폭 늘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이 예산 증액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15일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심사결과'에 따르면, 국회 복지위는 마약 관련 식약처 내년 사업 예산을 187억7400만원 늘렸다. 이는 식약처가 국회에 보고한 예산 대비 64.6%가량 증가한 규모다.
최근 식약처는 마약류 안전관리 강화를 비롯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지원,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명목으로 내년 사업 예산 290억4300만원을 국회에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전년 예산 대비 4.8% 감소한 수치다.
복지위가 예산을 가장 많이 늘린 사업은 '마약류 안전관리'다. 예결소위를 통과한 해당 사업 예산은 168억800만원으로, 식약처가 국회에 보고한 내년 예산 90억1500만원 대비 78억6500만원(87.2%) 증가했다.
세부 사업별로 구분 시,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 지원 사업 예산은 12억3500만원에서 48억7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방치된 마약류 수거·폐기 및 마약류 중독 예방·재활 교육 인프라 강화 사업 예산은 27억5500만원, 31억6600만원으로, 기존 2억3100만원, 13억9700만원 대비 1100%, 110%가량 증가했다.
이번 예산 증액은 예고된 일이다. 복지위는 지난달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마약류 안전관리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례로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식약처를 상대로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서 의원은 식약처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함께한걸음센터) 교육 이수 등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마약 사범이 중독재활센터를 재방문한 비율은 지난해 기준 19.6%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부터 최근까지 마약 사범 재범률이 35% 수준이라는 걸 고려할 때, 지속적인 사례 관리 등 개선이 필요하다며, "마약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중독자 사후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난달 국감에서 서 의원은 "가정 내 마약류 수거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지정 약국에서 마약류를 처방할 때 사용하고 남은 약이 반납돼야 하는데, 참여 약국이 미미해 (사업) 취지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마약류 수거 사업에) 참여하는 약국을 확대하고, 소비자에게 인센티브 제공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에 대해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예산이 조금만 반영됐다"며 예산 증액을 호소했다.
복지위가 마약류 안전관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을 증액한 사업은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NIMS) 구축 및 운영'이다. 예결소위 결과, 해당 사업 예산은 35억7200만원에서 99억6900만원으로 63억9700만원(179%) 늘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복지위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보 공동 활용 시스템 구축 및 지능형 예측·예방 시스템 고도화를 비롯해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소프트웨어 연계 확대 등 NIMS 사업을 추진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국감에선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NIMS 관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식약처 자료를 근거로 마약류 취급 의료기관 10곳 중 6곳이 마약류 사용 후 폐기량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사제 마약류 의약품 등 잔여량을 사고 마약류로 분류해 폐기 후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해야 하지만, 폐기량을 입력하지 않은 의료기관이 잔여량이 없다고 보고하거나 잔여량을 거짓으로 입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폐업한 의료기관을 통해 유출된 마약류 의약품이 불법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폐업한 의료기관이 마약류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식약처에 주문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지원'도 복지위가 이번 예결소위에서 예산을 늘린 마약 관련 사업 중 하나다. 복지위는 해당 사업 예산을 기존 164억5600만원에서 45억1200만원(27.4%)을 늘려 209억6800만원으로 의결했다.
해당 사업은 마약류 중독자 사회복귀 지원과 마퇴본부 인건비로 나뉜다. 복지위는 마약류 중독자 숙식형 사회재활 서비스 운영, 중독재활센터(함께한걸음센터) 확대 등 명목으로 예산 20억8100만원을 추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아울러 마퇴본부 직원 이직률 감소 및 업무 연속성 확보를 위해 인건비(24억3100만원) 상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식약처 산하기관 평균연봉 수준을 반영해 마퇴본부 직원 임금 수준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악류 중독자 사회복귀 지원과 관련해 지난달 국감에서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 운영 문제를 지적하며, 마약류 사범 숫자 및 재범률 감소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 의원은 "전국 32개 기관에서 치료보호를 하고 있는데, 한 기관에 한 명 정도가 한 달에 치료를 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면, 관련 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감에 출석한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김재성 인천 참사랑병원 진료과장은 "고된 진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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