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下)] 코리아패싱 피하려면?…이중약가제 탄력 적용해야

한국 정부, 위험분담제 등 제도로 의약품 접근성 높이고 있어
제도 개선 노력 보여…충족하기 쉽지 않은 조건 등 한계 존재
표시 가격과 거래 가격 분리하는 대상 품목 확대 등 필요성↑
독일 등 해외 사례, 한국 정부가 참고할 수 있는 모습 보여줘
위험분담제 유지할 필요 있다면, 제도 연장 기회 부여해야
비공개 가격 책정 등 제도 신설로 공급 안정화 꾀할 수도

문근영 기자 (mgy@medipana.com)2025-01-08 05:59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한국 정부는 이중약가제로 불리는 제도를 통해 신약 등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나,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중약가제 탄력 적용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해결해 의약품 접근성을 확대할 방안으로 꼽힌다.

이중약가제는 의약품 표시 가격과 거래 가격을 다르게 운영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이는 정부가 대외적으로 의약품 표시 가격을 공개하지만, 제약바이오 업체와 정부 간 협의로 결정하는 거래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형태다.

일례로 정부가 표시 가격과 거래 가격을 각각 1000원, 800원으로 구분한 의약품을 도매상이 시장에서 1000원으로 유통하고, 제약바이오 업체는 차액 200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구조다.

◆ 한국 정부, 이중약가제로 불리는 제도 운영…제도 개선했으나 한계 있어

정부가 운영 중인 '위험분담제(RSA) 환급형'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중약가제로 분류하는 제도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제약바이오 업체가 약제 청구액 일정 비율을 건보공단에 환급하는 구조로 운영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체할 수 있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이 없거나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를 위험분담제 환급형 대상으로 분류했으며, 최근에 질병 부담이 상당한 중증 질환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아울러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질환 중증도, 사회적 영향, 기타 보건 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부가 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경우, 해당 품목에 위험분담제 환급형을 적용하는 중이다.

최근 정부는 위험분담제 개정으로 의약품 접근성을 높인 바 있다. 지난해 심평원은 위험분담제 환급형 약제가 급여기준 확대 범위에서 추가 청구액 예상치(15억원)를 넘지 않을 때 약평위 평가를 생략하기로 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PVA) 환급 계약'은 위험분담제 환급형과 마찬가지로 제약바이오 업계가 이중약가제로 부르는 제도다. 제약바이오 업체와 건보공단은 해당 제도를 근거로 약제 청구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을 때 약가를 조정하지 않고, 환급 비율을 협의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해당 제도 적용 품목은 1개뿐이다. 신약이 사용량·약가 연동제 환급 계약 대상에 이름을 올리려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를 비롯해 '국내에서 전 공정 생산 또는 국내 기업과 외국계 제약 기업이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문근영 기자
◆ '위험분담제'·'사용량·약가 연동제 환급 계약' 대상 확대 필요

정부에서 약가 관련 업무를 경험한 전문가는 이런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제도 개선으로 코리아 패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방안은 '위험분담제 및 사용량·약가 연동제 환급 계약 대상 확대', '위험분담제 적용 기간 연장', '대상과 적용 기간이 광범위한 비공개 가격 책정(Confidential Pricing) 계약 신설' 등 세 가지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위험분담제 적용을 만성 중증 질환까지 확대한 바 있는데, 대상 품목을 더 늘려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데 위험분담제 기여도가 크기에, 희귀의약품이 아닌 질환까지 확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량 약가 연동제 환급 계약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 등 조건이 있는데, 이를 충족하기 너무 어렵다"며 "해당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면, 수출되는 의약품의 경우에는 최소한 환급이라도 해주는 방식으로 두루두루 적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는 김 변호사 발언을 뒷받침한다. 일례로 독일은 환급제를 상대적으로 폭넓게 활용하는 중이다. 다른 나라가 의약품 가격을 결정할 때 독일 약가를 참조하는 경우가 많기에, 제약사 의견을 반영해 의약품 표시 가격을 높게 반영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독일은 약제 급여 결정 시 제약사 의견을 반영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특허 보호 대상이나 참조가격제 품목이 아닌 의약품에 보험자 환급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환급제를 운영해 보험 재정 지출을 관리하고 있다.
◆ RSA 적용 기간 연장, 의약품 접근성 높일 수 있어…제도 신설도 방법

'위험분담제 적용 기간 연장'은 김 변호사가 코리아 패싱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한 두 번째 방안이다. 그는 제네릭 등재 이후 위험분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위험분담제 기간을 연장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제네릭이 나오면 위험분담제가 끝나는데, 업체와 정부가 합의하는 경우에 얼마든지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며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위험분담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운영 중인 제도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제도 신설'도 코리아 패싱을 완화할 방안으로 꼽힌다. 대상 품목과 적용 기간이 광범위한 '비공개 가격 책정(Confidential Pricing) 계약'은 그 예가 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위험분담제나 사용량 약가 연동제 환급 계약과 관련 없는 약제를 비롯해 특허 만료 의약품, 제네릭 출시 약제가 외국 약가 참조 위험이 있거나, 공급 안정성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 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 약가를 참조하는 등 위험이 있는 의약품은 위험분담제 등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을 대비해 Confidential Pricing 계약 체결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가 가격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의약품을 팔지 않는데, 한국 업체가 유사한 의약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공급 불안이 발생한다"면서 "정부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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