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설 연휴 산모·신생아 대책에 '냉랭'…"근본 해법 無"

"전공의 공백 장기화…의정간 소통해 인력난 해소해야"
지역 협력 체계 및 병상 배정 시스템 강화 필요
의료진 부족으로 반복되는 국민 피해 우려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1-23 11: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설 연휴기간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대응 대책'을 내놨지만 관련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의료계와 논의해 전공의 복귀를 위한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면피용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추석과 같은 산모 전원 지연으로 인한 위험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2일부터 2월 5일까지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했다. 특히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대응을 위해 설 연휴 기간인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 내 산과·신생아 전담팀을 구성해 신속한 이송·전원을 지원하고, 별도의 병상 종합상황판을 구축한다. 

또, 산과응급질환 대상 순환당직제를 확대·운영하고, 시도별 고위험 산모·신생아 대응 핫라인도 구축한다. 아울러, 다태아 수용을 위한 신생아 중환자실 예비병상 확보 및 의료진 당직 확대 시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인프라 확충도 유도한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은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 의사 부족과 병상 없음 등의 이유로 전원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던 고위험 산모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혼자 분만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타 병원에서 전원을 받을 여력이 안 된다. 정부에서 대책방안을 발표했지만 인력이 없는 데 응급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도 정부 대책 방안과 현장과의 거리감을 지적했다.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간 협력 체계 및 병상 배정 시스템을 강화하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재연 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방안을 보면, 중앙응급상황실 내에 전담팀을 구성한다고 했는데 공무원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줄 수 있나, 의료진 당직을 확대한다고 해도 일반 의료진이 당직을 설 경우, 산모가 왔을 때 무엇을 해줄 수 있나"라며 반문했다.

이어 "고위험 산모나 일반 산모들은 보통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급종합병원 전원을 통해 해결할 것이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에 전공의가 없어서 인력이 부족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정부에서 발표한 것처럼 중앙응급상황실 역할도 중요하지만, 실제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는 지역별 의료기관 간 긴밀한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전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병상 배정 시스템을 지역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인센티브 지급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재차 강조했다.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분만·신생아 진료를 포함한 산부인과 의료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는 면피용 대책만 내놓고 있어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제시된다. 

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는 "정부에서 대책을 내놔도 신생아·산부인과 중환자를 볼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의사가 없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로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할 인력이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60세 이상 의사들도 일주일에 몇 번씩 당직을 서고 있는 상황이다"며 인센티브 등 돈도 중요하겠지만 더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피력했다.

이어 "1년 가까이 전공의 공백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고 상황을 수습해야 할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제는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의료계와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예전 같으면 문제없이 치료받았을 환자들이 현재는 진료가 연기되거나 전원이 지연되서 고통받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는 평시보다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추석연휴보다 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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