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계속해서 미끄러졌던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이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여러 연구에서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비용-효과성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통계 및 실증자료에 기반해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C형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C형간염 신약들이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치료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에 국가검진에 C형간염이 포함되면 더 이득이라는 방향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그러나 국가검진에 하나의 질환이 추가되려면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조건인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 ▲조기에 발견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일 것 ▲검진 방법에 수용성이 있을 것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클 것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 것 등의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으나, 그동안의 연구는 조금씩 조건에 미충족하는 부분이 있었다.
2017년, C형간염 고(高) 유병지역(45개 시군구) 등에 거주자 44·66세를 대상으로 '(1차)시범사업 타당성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연구 결과, 낮은 유병률(0.7%이하) 및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해 검진 항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또한 지역에 관계없이 만 56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C형 간염 조기발견 (2차)시범사업'이 2020년5월~2021년3월까지 대한간학회를 중심으로 실시된 바 있다.
시범사업 결과, 수검자의 항체양성률(0.75%), 확진양성률(0.18%)로 국가검진도입 기준인 '유병률 5% 이상'에 못 미쳤다. 이는 C형간염 국가검진의 비용-효과성에 근거가 부족함을 재차 확인한 결과였다.
그렇지만 최근 C형간염 DAA(Direct Acting Antiviral) 치료제의 개발과 감염병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가검진 도입에 다시 불이 붙었다.
만성 B형간염의 경우 예방 백신의 보급, 수직감염 예방 사업, 항바이러스제 보급, 생애전환기(40세) 무료 검진 사업 등 국가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를 통해 B형간염 유병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만성 C형간염은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으나 예방 백신이 없고, 치료제가 있으나 무료검진 등의 국가적 노력이 미비해 예방과 치료를 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아주 오래도록 관련 학회는 C형간염을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듯, 질병관리청이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바이러스성 간염 관리 강화' 이행을 위해 추진됐다.
질병관리청은 이 결과를 토대로 검진항목 평가 분과에서 도입 필요성, 의과학적 근거 검토, 비용-효과성 분석을 실시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 원칙 5개에 C형간염은 모두 충족했다.
첫째,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이라는 조건을 살펴보면 C형간염은 전 국민 유병률이 낮은 질환에 속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활동적인 인구인 40대 이후, 중년 이후의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대한간학회는 "C형간염은 초기 치료가 안되는 경우 간경변증과 간세포암 등의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질환이 진행될수록 중증 질환에 의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늘어난다. 이를 감안할 때 중요한 건강 문제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원칙 두 번째, '조기에 발견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 것'에도 C형간염은 부응했다.
최근 개발된 C형간염 경구치료제(DAA)는 높은 치료율을 보이며 내약성이 우수한 약제로 여겨진다. C형간염을 조기에 진단해 단기간의(8-12주) DAA 치료를 한다면 98% 이상 완치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C형간염은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원칙, '검진 방법에 수용성이 있을 것'도 마찬가지다.
C형간염 항체검사 기법은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 특히 ICA 기법을 활용한 일반면역검사 수행 시 공급이 용이한 저렴한 가격, 짧은 검사 및 결과 확인 시간, 최소한의 필수인력이 소요된다. 이에 C형간염 검진 방법은 국내 수용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네 번째, 검진으로 인한 이득은 손해보다 컸다. C형간염 검진은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고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기 전 조기 진단 및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크다고 보고됐다.
원칙 다섯 번째, 비용 대비 효과도 있었다.
C형간염 항체검사를 국내 인구 40-65세의 국민건강검진에 포함해 선별검사를 시행할 경우, 현재 선별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상태와 비교했을 때 보건의료체계 관점분석 결과 ICER는 1,398만9,037원/QALY, 사회적 관점 분석 결과 ICER는 1,089만9,737원/QALY로 산출됐다. 이는 비용효과성 국내 임계치인 ICER 2,500만 원/QALY보다 매우 낮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선별 전략은 보건의료체계 관점과 사회적 관점 분석 모두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 항체검사로써 정밀면역검사 대신 수가가 낮은 일반면역검사로 했을 때, ICER는 보건의료체계 관점에서 448만6,691원/QALY, 사회적 관점에서 139만7,391원/QALY로 정밀면역 검사에 비해 약 1/3에서 1/5 가량으로 낮아졌다.
재정영향분석 시 56-65세의 10개 연령에 대해 C형간염 선별검사로 일반면역검사를 사용했을 때에는, 선별검사 비용으로 361억 원이 소요되고, 20년 경과 시점에서 합병증 치료 의료비는 558억 원 절감됐다. 절감 금액이 투입된 검사 비용을 상회해 국가 재정적으로도 이득인 것으로 정리됐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공단이 통계 및 실증자료 검증 등 타당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끝나면, 보건복지부 국가건강검진위원회의 상정·심의를 거치게 된다. 이후 고시 개정을 통해 검진항목 도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위원회 상정과 관련해 정해진 일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새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검진 원칙 중 치료 효과와 비용효과적인 내용이 추가됐다. 유병률과 질병부담 등의 측면은 향후 검진위원회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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