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마약 중독자‥'선치료·후사법치료' 절차 구조 필요

전문 인력 양성, 치료 병원 및 재활센터 증설 등의 구체적인 정책 절실
중독 재발 낮추고 사회 복귀 도울 수 있는 치료적 접근, 사법기관 도움도 방법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8-12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 마약사범의 지속적 증가, 늘어난 10대 청소년 마약사범.

과거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던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많은 전문가들이 마약 중독자의 선치료, 후사법치료 절차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독자가 늘어난 만큼 치료와 재활 부분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마약 단속과 추적에 초점을 맞춰 왔을 뿐이다.

하지만 해외는 다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의 실효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미국은 마약류 사범을 환자라는 시각으로 치료적 교정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단순하게 투약·흡연·섭취를 목적으로 마약을 소지한 비폭력적 중독자에게 재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교정시설 내에서의 프로그램, 재판 과정 및 지역사회에서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약물범죄자의 증가 및 재범율의 증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치료법원을 운영하고 있다.

약물치료법원은 약물범죄자를 대상으로 통상적인 재판 절차를 대신해 법원의 감독 하에 치료를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법적 통제와 정기적 약물검사, 처우프로그램, 보상과 제재 등을 통해 참가자의 재범 감소 및 약물남용 감소, 그리고 재활가능성 강화를 내용으로 약물범죄자를 전문적으로 처우한다.

법원은 치료 프로그램 전반을 감독하는 주체로서, 정기적 심사를 통해 대상자들의 약물 치료 과정과 프로그램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전체적인 진행 상황 등을 감독하며 감형여부 및 사법적 통제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영국은 16세 이상의 마약류중독자에 대해 법원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본인 동의 하에 검사와 치료를 받게 한다. 이때 비용은 정부가 부담한다. 참여자들은 정기적으로 마약류 검사를 받아야 하며 해당 기간 동안 법원이 중독자의 치료 과정을 감독한다. 

검사 및 치료는 마약류중독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실행되고, 만약 동의를 거부하거나 치료 준수사항을 어기면 징역형이 부과된다. 영국은 보호관찰관이 마약류중독자의 감독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영국은 국가의 복지 및 보건 정책의 일환으로 독립된 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에서 마약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타나면 피의자는 마약전문가와 상담을 권고받게 되고 결과는 법원에 통보돼 보석 결정에도 고려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와 관련된 기관이 외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교육부, 법무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대검찰청, 관세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범정부 차원의 통합관리 기구가 부재한 상황이다.

범부처 성격을 띄고 있는 국무총리 산하의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있으나 미시적인 수준의 종합대책 수립과 관련 부처 간 협의·조정 수준의 기능만 하고 있다.

마약 중독의 예방과 재활은 민간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는데, 식약처의 위탁을 받은 민간기관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실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치료 보호 및 재활프로그램으로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사업'이 있다. 이는 마약 중독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21년 기준 전국 19개 치료보호기관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2017년부터 치료 실적이 한 건도 없는 기관이 무려 8곳에 달했고, 국립부곡병원과 인천참사랑병원 두 곳이 치료보호실적 전체의 97%를 차지할 만큼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태이다.

마약 중독은 치료가 까다롭고 관리도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 꺼릴 수밖에 없고, 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국내 전문 인력 또한 매우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국 시·도지사 등이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마약류 중독자 본인이나 가족이 치료 보호를 의뢰하면 각 지자체별 심의위윈회 승인을 거쳐 지정 기관은 최대 1년까지 무상 치료(입원치료·외래진료)를 해야 한다. 이후 치료를 끝낸 병원이 병원비를 청구하면 지자체와 보건복지부가 병원비를 반씩 부담한다.

다만 매칭 펀드 제도로 운영되는 탓에 예산 증액이 어려운 현실이고,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미수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처벌기준도 강화해 형사법적 조치를 중심으로 마약류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약 치료·재활에 대한 대책은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약 중독자의 치료적 접근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약물법원 형태의 사법기관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관을 통해 마약류 범죄에 대한 단계별 통로를 만들어 인신구속적 통제수준을 달리하고, '선치료, 후사법처분'이 가능한 절차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제도는 법원의 명령으로 시행되다보니 국비가 지원돼 예산 확보 및 증액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아울러 중독자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법원은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치료 결과를 판결에 반영해 치료적 처우제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정 조사관은 "국가 주도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치료 병원 및 재활 센터 증설을 통해 치료적 처우 제도의 수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독립적 치료법원을 통해 치료 및 재활 결과를 양형에 활용할 수 있다면 치료적 접근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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