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산 넘어 산'…"협상 기조 부적절" 내부 반발 여전

의협 차기 회장 후보 대다수 협상 기조 비판 한목소리
"의료현안협의체 결론 나와도 의료계 반발 직면할 수도"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0-21 06:09

(왼쪽부터) 주수호, 임현택, 박명하, 박인숙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확대를 논의하기로 하면서 정책 추진에 한 발을 내디뎠지만, 내부 반발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되면서 정부는 강행 추진에 따른 부담은 낮추면서도 정책 의지와 시기를 못박았고, 의협도 일방적 정책 발표를 한 차례 막으며 협상 물꼬를 터 각자 한 고비를 넘긴 모습이었다.

그러나 집행부 선택에 공감하지 못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결론이 나와도 의료계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수호, 임현택, 박명하 등 차기 의협 회장 후보 대부분은 20일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집행부 협상 기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내년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지 기반을 다지며 의료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의협 전 회장을 지낸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협상 시작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나 의대정원을 늘리면 필수의료가 살아난다는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국민 여론이나 대통령, 국회, 정부 의지가 강하다고 동의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부적절한 자세라는 것.

필수의료 붕괴는 기피할 수밖에 없는 제도가 원인으로, 근거도 없이 의사 수를 늘려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다.

주 대표는 "필수의료에 사람이 없는 현상은 팩트다. 그렇지만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객관적 증거는 없다"며 "근거도 없이 여론이 찬성하고 대통령까지 의지를 보이니 동의하지 못해도 동의해야 한다는 것은 굴복이다. 전문가로서 부적절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 임현택 대표 역시 시작부터 부적절한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먼저 의대정원 감축과 동결이 의약분업 투쟁에 따른 협상 결과물이라는 점을 되짚었다. 이에 따른 의대정원 감축을 폐기하려면 의약분업도 함께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나 대통령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 등이 주장하는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비해 적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국가 의료 시스템은 수가, 보험 등 체계가 각자 달라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것.

국민 여론도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비 및 건강보험료 증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임 대표는 "OECD 통계를 근거로 삼으려면 수가도 맞춰야 하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의사 제도도 없애 전부 같은 환경을 맞춰야 한다"면서 "의료비는 분명 폭증할텐데, 건강보험료가 많게는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국민에게 알리고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같은 맥락에서 증원 규모 역시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혁신 대책에 언급된 법적 리스크 부담 완화, 수가 조정, 보상체계 개편, 장시간 근로 문제 해소 등은 향후 구체적 내용이 제시된다고 해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별개 대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 대표는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과 의대정원 확대는 별개 사안"이라며 "필수의료를 살려준다고 의대정원 확대에 동의하는 건 불가하다"고 밝혔다.

임 대표 역시 "한 명도 증원해선 안된다. 증원은 안된다는 게 대의원회 수임사항"이라며 "이를 어기면 의협 회장은 직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도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 1인시위를 진행하며 의협 집행부 협상 기조를 비판했다. 협상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의협이 방향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이면 기존에 나오던 300여 명이나 500여 명을 인정한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며 "1000명대 중간선 등 숫자를 의협이 성과로 내고 정부는 그 점을 노릴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울산의대 박인숙 명예교수는 일방적 정원 확대에 제동을 건 것 자체는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대화 창구를 아예 닫는 것은 문제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필수의료혁신 대책 속 내용은 방향성만 언급된 만큼 지금부터 이뤄질 협상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강경한 대응 의지와 대화 자세를 함께 가져가며 각론에서 의료계가 얻을 것은 확실히 가져와야 한다는 시각이다.

박 명예교수는 "의료계도 칼자루를 다 뺏기진 않았고, 정부도 다 이긴 것은 아니다"라며 "아직까진 구체적으로 손에 쥔 것이 없다. 지금부터 협상에서 확고한 태도와 실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는 후보 다수가 부정적 견해를 밝히며 의료현안협의체 이후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이 우선 협상을 선택해 한 차례 미루는 데 성공했지만 협상 결과물을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별개 문제"라며 "의료계에선 의대정원 확대 근거 자체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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