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부 의대증원 정책, 보여주기식 성과주의로 치우쳤다"

政 국립대 전임교원 3년간 1000명 증원…醫 개원의 교수 임용은 '부적절'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 입법 예고' 철회 촉구
복귀율 치중한 재수련 제한 완화…지방전공의 수도권 쏠림·지방의료 망쳐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7-10 05:55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계가 전공의 및 의대교육과 관련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과 2일 교육부의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 입법 예고'에 따른다.

일선 의대교수 사이에선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들이 급격한 의대증원에 따른 국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식에 치우쳐 의료시스템을 망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9일 오후 34개 의대 일부 교수들이 모여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는 크게 5가지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가 아닌 '철회' ▲사직서 수리 시점 ▲전공의 수련 특례 사항으로 재수련 제한 완화 발표 및 하반기 전공의 모집 ▲내년도 의대증원을 돌이킬 수 없다는 심민철 교육부 기획관 언급 ▲교육부의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등이다.

같은날 A 대학병원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에서 교수들의 이 같은 지적과 비판에 공감을 나타내며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첫 단추를 잘 못 채운 이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숫자에 매몰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성과주의로 치우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증원에 따른 의대교수 부족과 교육의 질이 하락에 대한 우려다. 그런데 교육부가 '풍부한 임상경험을 보유한 개원의 등 기존 연구‧교육실적 외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교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연구·교육실적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의료인으로 근무한 경력은 100% 인정해 주는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는 것은 정부가 제대로 된 의료교육보다는 국립대의대 전임교원 향후 3년간 1000명 증원 발표에 짜맞추기 위한 방안임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 수련특례 사항으로 재수련 특례 제한 완화 등을 정책으로 내세운 것도 지방에 있는 전공의들이라도 서울로 올라와서 수련병원을 채우려는 것처럼 보여진다. 결국 복귀율을 높여서 숫자적으로 성과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료는 망가질 것이다. 이를 정부가 모를까. 그런데도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지방의료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대학병원 교수도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실질적으로 의료를 하는 목적 자체가 잘 가르쳐서 좋은 의사를 만드는 것일 텐데, 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교수가 기본적, 자격적인 조건을 안 갖추고 있으면 그게 무슨 똑바로 된 교육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 단순히 그냥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수가 된 사람들에게 계속 추가적으로 교육방법이라든지, 새롭게 업데이트된 지식들을 가지고 학회에서 매년 메이저 학회 등에서 공부를 하고, 그것을 또 자기 나름데로 연구로 녹여내고, 자기 결과를 발표하고, 이렇게 정말 부단하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왔다"며 "개원의 등에 교수직을 준다고 한다면 실제로 똑바로 교육이 될 수 있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는 전혀 동의가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또 "각 대학마다 자격조건이 있다. 에를 들어, 임상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정식으로 교육부에서 발령 받은 전임 교수라면, 조교수, 부교수, 교수가 될 때까지 SCI라고 하는 메인 저널에 논문을 몇 개 이상 내야 된다. 최근 몇 년 안에 SCI에 낸 논문이 있어야 될 텐데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개원가에는 없다"며 "정부에서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증원으로 인한 교수 인력 부족을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고 그렇게 해서 교수를 뽑는 대학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의대교수들의 번아웃 상태와 불리한 조건이 개원의 유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B대학병원 교수는 "지금 대학병원 교수들, 메리트가 없다. 수술하고 당직서고, 연구하고,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사직하고 나가면 월급 세배 이상 받는다. 그런데 이걸 왜 하겠냐, 아무도 안 한다. 지금도 사직하거나 휴직하는 교수들이 생겨나고 있다. 정부에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개원의들을 시키려고 해도 이 상황에서는 안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34개 의대 교수들의 공동 입장문에도 "의대 졸업 후 의원을 개원해 4년을 근무했으면 4년을 다 경력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고, 개업의를 당장 의대 교수로 뽑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이다"이라며 "3년간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는 계획에 억지로 짜맞추기 위해서 의학교육의 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교육부는 앞에서는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고, 의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하면서, 뒤로는 의학교육 질을 떨어뜨릴 개정령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당장 교육부는 입법예고안을 철회하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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