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급성심근경색으로 실려온 환자에게 왜 약을 먹지 않았냐 물어보면 '유튜브 보고 안 먹었다'고 한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악질적이고, 사회적 해악으로 보면 범죄자만큼 나쁘다고 본다."
진료현장에서 심장혈관질환자를 보는 순환기내과 전문의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심혈관 질환 예방이 필요한 환자에겐 이의가 없는 수준으로 이득이 입증된 '스타틴'이 유튜브를 통해 독약으로 변질되면서다.
개원가부터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까지 순환기내과 전문의들은 어느날부터 스타틴을 꺼려하는 환자를 마주하고 있지만, 정작 뚜렷한 해법은 없어 진료현장 우려를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 스타틴 독약 만든 타과 전문의들…'U자 커브'의 진실
국내 유튜브에서 스타틴을 검색했을 때 조회수 상위권을 차지하는 영상은 대부분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영상 가운데 조회수가 두 번째로 높은 영상과 네 번째로 높은 영상 모두 스타틴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5년 전 올라온 영상 조회수가 120만회를 넘고, 지난 5월 올라온 영상도 90만회를 넘기고 있다. 댓글엔 스타틴 부작용 사례를 공유하며 약을 끊고 부작용이 사라졌단 경험이 공유되고, 영상을 올린 이들을 '정직한 의사'라며 칭찬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스타틴이 갖는 부작용을 되짚은 뒤, 스타틴 무용론을 제기한다. 공통적으로 2019년 관동의대에서 국내 건강검진 수검자 1280만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사망률 비교 코호트 연구 결과가 근거로 제시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사망률과 총콜레스테롤 연관성은 U자 커브를 그린다. 단편적으로 U자 커브를 보자면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총콜레스테롤 농도는 210~240㎎/㎗ 정도다. 이들은 콜레스테롤이 낮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 설명하며 총 콜레스테롤 농도를 200㎎/㎗ 전후나 200~240㎎/㎗ 정도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과연 콜레스테롤이 낮다고 좋은 게 아니며, 도리어 낮출수록 사망률을 높인다는 U자 커브는 사실일까.
진료현장에서 유튜브에 의한 스타틴 기피 현상을 체감한 이유홍 청주한국병원 심혈관센터장은 지난해 스타틴 음모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 센터장은 이 U자 커브에 대해 '통계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렇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매개 변수를 배제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즉 건강을 악화시키는 심각한 질병이 있을 때 콜레스테롤이 떨어지고, 따라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가정이 배제됐다는 것.
실제 간경화, 만성 콩팥병, 갑상선 항진증, 혈액암, 영양실조, 염증성 장질환, 결핵 등 여러 질환에서 콜레스테롤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지어 해당 논문 저자도 '스타틴으로 인해 콜레스테롤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원래 콜레스테롤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스타틴을 써서 콜레스테롤이 떨어진 사람들이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알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콜레스테롤을 낮게 만들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게 논문 취지"라며 "고지혈증 약을 먹으면 빨리 죽는다는 게 아니다. 전혀 다르게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센터장은 해당 영상에서 LDL을 낮추는 것과 사망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자료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해당 자료는 스타틴이 LDL을 낮춰도 사망률에 이득이 없다는, LDL 저하 무용론이 주요 내용이다.
이 센터장은 해당 자료가 전문가 코멘트, 즉 근거 수준이 가장 낮은, 논문으로 인정받지 못한 형태인 데다 이마저도 선택적으로 인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개원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스타틴 기피증' 체감
이처럼 심장혈관질환을 보는 순환기내과, 심장내과 의사들이 조목조목 반박한 영상을 올린 만큼, 문제는 해결됐을까. 개원가부터 상급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지역에서 내과를 운영 중인 홍의수 대한임상순환기학회 부회장은 최근 스타틴을 잘 복용하던 환자가 어느날 약을 끊고 싶다고 했다는 사례를 공유했다. 갑작스럽게 부작용 가운데 하나인 근육통을 호소했다는 것. 다행히 환자는 병원을 옮기진 않았고, 이후 추적관찰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 것을 확인시켜 주니 다시 약을 복용했다는 설명이다.
홍 부회장은 "스타틴을 쓰며 얻는 이득은 부정할 수 없는 수준이다"라며 "잘못된 정보가 이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종합병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스타틴 문제제기 영상을 조목조목 반박한 이유홍 센터장도 혈관이 막혀 급성심근경색으로 실려오는 환자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일부 환자는 약을 끊은 이유를 묻자 '유튜브에서 먹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유튜버 말을 듣고 약을 끊으면 그 사람들은 실린 채로 심혈관 환자를 보는 우리한테 온다"며 "응급실에 와서 왜 약을 먹지 않았냐 물으면 '유튜브 보고 안 먹었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다. 김충기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스타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환자를 자주 마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잘못된 정보에 본인은 물론 주변인도 노출되면서 환자 치료를 이어나가는 데 방해요소가 되는 경향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 타과 전문의 영상은 인기, 심장혈관 전문의 영상은 시무룩
진료현장은 환자들의 '스타틴 기피증'을 체감하고 있지만, 정작 근거에 기반한 반박 영상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유홍 센터장이 올린 영상은 조회수가 5000 정도에 불과하다. 50여 분에 걸친 영상은 논문 이미지를 필두로 영문으로 가득하다.
스타틴 복용 대상자가 원하지 않는 영상이라는 점도 한몫을 한다. 약을 적어도 수년 지속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 먹지 않을 이유를 찾는데, 잘못된 정보가 환자에겐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충기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환자들은 약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훨씬 많은데, 스타틴이 갖는 당뇨, 근육 독성, 간 등 부작용만 조명하니 독약처럼 느껴지게 돼 있다"면서 "스타틴은 먹고 1년 만에 완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위험이 누적되니 부작용이 걱정스러운데 잘못된 정보가 확증편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을 올린 이유홍 센터장 역시 "재미도 없고 환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내용"이라며 "부작용을 걱정하는 환자들에겐 당연히 먹지 말란 내용이 매력적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스타틴 음모론 편승하는 건기식·한약…"전문가 단체 노력 필요한 시점"
독약이 된 스타틴 빈자리를 건강기능식품과 한약이 파고드는 현상도 확인된다. 국내 포탈에 '스타틴'을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서 보이는 블로그들은 스타틴 부작용을 집중 조명한다. 이후 건강기능식품인 코엔자임Q10을 함께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고지혈증 치료 한약을 소개하는 식이다.
순환기내과 전문의들은 학회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개인 차원이든 학회 차원이든 반박이나 설명 영상만으론 약을 먹고싶지 않은 환자 니즈를 채워주는 음모론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유홍 센터장은 "학회가 고발 등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며 "반박 영상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법률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충기 교수 역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내용을 과장해 사람들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환자 치료 기회를 놓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셈"이라며 "노골적으로 말하면 악질적이고, 사회적 해악으로 볼 땐 범죄자만큼 나쁘다고 본다. 면허관리를 해야 하는 수준의 심각한 문제"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단체는 책임 있는 태도를 갖고 있다면 잘못된 대상은 학문적 근거로 공개적으로 저격한다거나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 단체로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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