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백혈병 이겨낸 여고생, 1년 만에 완치·복학

예고 입학 후 백혈병 진단, 조혈모세포이식 등 치료
"하루하루가 기적" …주치의 정낙균 교수와 의료진에 감사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12-17 10:55

서울성모병원은 급성백혈병으로 중환자실 입원 치료까지 했었던 한국무용 전공 여고생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무사히 마치고 무대로 돌아갔다고 17일 밝혔다.

선화예고 1학년 세연 씨는 지난해 5월 무용 실기수업 중 갑자기 평소보다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열심히 연습해 몸이 힘들어졌다고만 생각했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받게 된 학교 건강검진 결과에서 백혈구 수치가 높다는 말에 급하게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하게 됐고, 급성림프모구백혈병으로 진단됐다. 검사 결과 최고 위험군에 해당돼 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됐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골수 내에서 림프구계의 백혈구가 미성숙 상태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다 증식하고 정상적인 조혈기능을 억제해 발생하는 악성 혈액질환이다. 20세 이하 백혈병 환자들의 약 85% 정도를 차지한다. 대부분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가 되지만, 세연 씨처럼 백혈구수가 수십만이 된 최고 위험군 환자는 조혈모세포이식도 필요하다.
  
집안 모두 건강했기에 백혈병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진단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일반중학교에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할 만큼 무용을 잘 했고, 긴 시간동안 연습도 매일 빠지지 않고 해왔으나 건강에 이상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루 종일 무용복을 입고 연습을 해서 피부가 붉게 올라왔다고만 생각했었지, 백혈병 증상 중 하나인 점상출혈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결국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학을 하게 됐다.

입원기간 예술고등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인 예술제 무대에 서지 못한 채 세연 씨는 친구들을 부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투병 생활 동안 곁을 늘 지켜준 가족과 "세연이 너라면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해 준 친구들이 힘든 치료과정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한다.

세연 씨는 올해 초, 이식 후 면역억제요법을 하던 중에 다시 신입생이 돼 1학년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이식 후 최소 6개월까지는 여러 위험으로 학교생활이 어렵지만, 세연 씨의 배움을 향한 강한 의지에 가족도 의료진도 최선을 다했다. 꿈에 그리던 학교 예술제 무대에도 서게 됐다. 개교 50주년 공연은 물론 국립극장 공연까지 마쳤다.

그리고 이식 13개월째인 지난 13일 실시한 5번째의 마지막 골수검사 결과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세연 씨는 "치료받는 동안 매일 좌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때가 많았지만, 결국 시간이 다 해결해주니 힘내면 좋겠다"라며 "치료해주신 의료진 분들, 휴학할 때 건강해져서 꼭 돌아오라며 여러모로 도와주신 선생님들, 학교생활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는 한 살 어린 동생들에게도 고맙다고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낙균 교수(주치의)는 "소아청소년기 급성백혈병은 많은 경우 치료가 가능해져 '불치병'은 아니지만, 힘든 치료과정에서 좌절하고 학교에 다시 복귀할 때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 세연이의 의지와 가족의 따뜻한 지원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 후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터인데, 이를 극복하고 선화 50주년 동문 무용제라는 뜻 깊은 무대에서 친구들과 멋진 공연을 보여준 세연이를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백혈병을 치료하는 많은 친구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멋지게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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