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안정적' 발표에…의료계 "적자 불가피…대비 필요"

의대교수 "3~5년 후로 건강보험 재정 고갈시기 늦춰졌을 뿐"
인구 고령화로 재정 악화…재정 다각화 대비전략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1-08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지난해 건보재정은 흑자를 기록했다. 준비금도 약 30조원을 적립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러한 흑자와 준비금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와 의정 갈등 등의 변수로 적자 전환과 준비금 고갈 시점이 몇 년 뒤로 미뤄졌을 뿐, 재정 악화의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4년도 현금흐름 기준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1조7244억원 당기수지 흑자로 집계됐다. 누적준비금도 역대 최대 규모인 29조7221억원을 적립해 안정적인 재정 여력을 유지했다.

반면, 학계에선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고정값인 '인구고령화'가 변화하지 않는 한 '안정적 재정'은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예방의학교실)는 7일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0년부터 2023년 중반까지, 의대정원 증원 문제가 촉발됐던 지난해 역시 의료비를 적게 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 의료비 사용이 줄었고, 현 의정갈등 상황에서도 의료진 공백으로 인해 진료축소가 이뤄지면서 의료비 지출이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은철 교수는 "그래프로 생각해 본다면, 전체적으로 볼 때 우 상향을 이루지만 코로나19 시기와 의대 정원 증원사태로 인해 출렁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로 인해 3~5년 후로 건강보험 재정 고갈시기가 늦춰졌을 뿐이다. 하지만 '인구고령화'를 막을 수 없는 한 재정고갈의 흐름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면, 다양한 재정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재정 악화를 우려해 정작 필요한 곳에 재정 투입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대병원 옥민수 교수(예방의학과)는 "재정전망을 예측하는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과치가 변화할 수 있겠지만 많은 학자들이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예측하고 있고, 이번처럼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라도 일시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대해 대비와 방안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옥민수 교수는 재정 고갈을 대비해 건강보험 재정에만 편중하지 않고 '여러 재정 주머니'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옥 교수는 "여러 재정 주머니란 것은 다양한 기금 마련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발의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에 담긴 지역·필수의료기금이나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 지원에 관한 법률안' 안에 담긴 필수의료특별회계와 지역의료발전기금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고 긴급하거나 꼭 사용해야 되는 분야에 재정 투입을 망설이는 부분도 주의해야 한다. 또 재정 확보 다각화 시 의료와 보건 분야를 하나로 묶어서 진행할지, 따로 분리할지, 개별로 진행하는 경우라면 의료와 보건의 연계서비스는 어떻게 할지 등 실무적인 부분까지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가 2023년 10월 발간한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는 건강보험이 지난해부터 적자로 전환된 후 2028년에 준비금 소진이 예상되며 2032년 누적 적자액이 6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지난달에 발표한 '의료개혁과 비상진료 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 전망' 보고서에는 2026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고 2030년이면 누적준비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시점의 변화만 있을 뿐 적자 전망과 준비금 고갈이라는 결과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관련기사보기

[국감] 올해 건보재정, 지출 더 많아…7월까지 8639억원 적자

[국감] 올해 건보재정, 지출 더 많아…7월까지 8639억원 적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올해 들어 7월까지 건강보험 재정이 9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정부지원금을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흑자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재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보험료 수입은 53조5653억원이었다. 동일 시점에 보험료 지출은 54조4292억원으로, 수입에서 지출을 뺀 당기 수지는 8639억원 적자가 된다.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8년 17

[국감] 의료대란에 건보재정 악화 지적…정기석 "큰 문제없다"

[국감] 의료대란에 건보재정 악화 지적…정기석 "큰 문제없다"

[메디파나뉴스=김원정 기자]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대란으로 현재까지 건강보험 재정을 2조원을 투입했지만 건강보험재정은 물론 보장성도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의료대란으로 인해 건보재정 2조원를 사용했고, 또 앞으로도 1차 의료개혁 발표를 통해서 건보재정을 20조원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건강보험 보장성도 약화되고, 건보재정 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지금까지

예고된 건보재정수지 적자…국가책임확대-혼합진료금지 필요

예고된 건보재정수지 적자…국가책임확대-혼합진료금지 필요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올해를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책임을 확대하고 혼합진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민간 보험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민간 보험사가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어, 이를 개방할 경우 의료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보험사가 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개인 맞춤형 보험상품 등을 개발해 민간 보험 의존도를 현재보다 더 확대시킬 수

시민단체, 의사수 증가 따른 건보재정 악화·의료비 증가 우려

시민단체, 의사수 증가 따른 건보재정 악화·의료비 증가 우려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사수 확대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재정 및 국가재정 투입으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점진적 의료비 증가로 국민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 증원 없이 현 체제 안에서 문제점을 개선해 효율을 높여 의료비 부담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맞받았다. 10일 서울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서울의대비대위 주최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는 참석자들 간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토론회

"졸속 의대 증원, 건보재정 붕괴…밑 빠진 독 물 붓기"

"졸속 의대 증원, 건보재정 붕괴…밑 빠진 독 물 붓기"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가 대통령실 인근에서 의대정원 확대 일방적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의대정원 확대는 정책 목표와 반대로 지역·필수의료 악화와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의료 붕괴를 야기할 것이란 의미를 담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는 25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정원 증원 졸속 추진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범대위 소속 위원을 비롯해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등 의료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필수 범대위원장은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 위한 건보재정 절감 목표 '無'"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 위한 건보재정 절감 목표 '無'"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보건복지부가 건보재정 관리를 통한 필수의료 지원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열린 보건복지부·질병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목표에 대해 질의했다. 강선우 의원은 먼저 감사원 보도자료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앞서 감사원은 초음파·MRI가 심평원 전문심사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1인당 검사 인정 횟수를 초과하는 사례를 걸러내지 못해 1606억원 규모 급여기준위반 의심사례를 적발했다고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