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표적치료제 '넥사바'vs'렌비마'‥의사들 평가는?

TKI제제 갑상선암 적용된 역사 짧아‥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옵션'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6-11-25 06: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갑상선암 치료 시 재발이 잦거나, 방사성 요오드에 불응한 환자들의 10년 생존율은 단 10%.

물론 분화 갑상선암의 1차 치료법은 수술이며, 여기에 방사성 요오드 치료까지 받으면 생존율은 상당히 높아진다.

그러나 병기가 올라갈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져 4기에 이르면 5년 생존율은 50%대가 되고, 분화 갑상선암이 진행되고 전이가 심해지면 방사성 요오드 요법이 잘 듣지 않아 약 1/3의 환자들이 이 요법에 실패한다.

다행히 이러한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국내에 나와 있는 상태인데, 똑같은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이면서 경구제이기에 자연스레 경쟁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2014년에 먼저 갑상선암 적응증을 획득한 '넥사바(소라페닙)'와 2016년에 출시된 '렌비마(렌바티닙)'는 실제 임상에서 사용된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따라서 두 치료제에 대한 의사들의 뚜렷한 평가는 내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각 치료제로 수행된 임상데이터는 의사들로 하여금 미묘하게 다른 생각을 만들어냈다.

넥사바의 DECISION 연구에 따르면, 방사성 요오드에 불응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분화갑상선암 환자 41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넥사바 투여군(400mg, 1일 2회 경구투여, n=207)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0.8개월(329일)이었던 반면, 위약군(n=210)은 5.8개월(175일)로 나타나 넥사바는 방사성 요오드에 불응한 분화 갑상선암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 개선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렌비마는 방사성 요오드에 불응한 국소 재발성 또는 전이성의 갑상선암 환자 3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ELECT임상 결과, 렌비마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간값은(18.3개월) 위약군(3.6개월)에 비해 약 5배 높았다. 또한 렌비마에 반응을 보인 환자들은 표적 병변의 크기가 반 이상(51.9%)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투약 2개월만에 최초 반응이 나타나 렌비마의 빠른 작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론적으로만 봤을 때, 에자이가 공개한 렌비마 반응률은 65%로 위약군 2% 대비 월등히 우수했다. 그렇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S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소라페닙과 렌바티닙을 직접 비교한 임상이 없어서 어떤 치료제가 더 나은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어렵다. 다만 임상시험의 설계 면에서 볼 때, 렌비마가 암이 굉장히 빨리 자라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험을 했고, 이는 곧 높은 반응률과 빠른 암 억제 작용을 이끌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부작용은 어떨까. 넥사바는 '수족피부반응'에 대한 부작용이 많이 주목받는 편이고 렌비마는 '고혈압'이 주된 부작용이다. 

의사들은 넥사바 치료 초기에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약물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변경해 관리할 경우 환자의 치료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용량을 줄일 수 없는 렌비마와 비교했을 땐 비교적 유연한 조절이 가능하다고.

A대학병원 암센터 교수는 "넥사바는 약을 복용하고 한두 달 사이, 그러니까 초기에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는 용량 조절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대로 렌비마는 용량 조절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고용량으로 처방을 했을 때 빠른 반응을 이끌 순 있겠지만 더욱 넓은 부작용 보고가 있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입장에서 봤을 땐 소라페닙은 환자가 직접 부작용을 목격하면서 힘들어할 수도 있다. 반대로 렌바티닙은 의사가 환자를 관리해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둘 다 지속적인 관리가 동반된다면 만족도가 높은 약물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두 치료제는 급여에서도 갈린다. 넥사바는 2014년 11월 급여를 인정받았지만, 렌비마는 지난 3월 출시된 후 아직 비급여인 상태.

만약 두 치료제의 급여 여부를 떠나서 본다면 의사들은 어떤 약을 선택할까.

S교수는 "개인적으로 혈압이 높거나 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렌비마 보단 넥사바를 쓰게 될 것 같다. 렌바티닙의 부작용 프로파일이 보다 넓은 편이기 때문에 관리가 그나마 쉬운 소라페닙 쪽이다. 반대로 치료반응이 많이 떨어질 것 같은 환자에게는 고용량의 렌비마로 접근을 시도할 듯싶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TKI 제제 자체가 암을 모두 없애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장기간 쓰는 약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환자를 안전하고 부작용 없이 오래 생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

아직 두 약제는 무엇을 먼저 써야 하는가에 대한 임상데이터가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만약 넥사바가 1차로 사용되고 2차로 렌비마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S교수는 "1차 약제는 부작용이 덜한 치료제를 우선시한다. 일부 환자 중에는 넥사바를 사용해도 반응이 떨어지는 군이 있다. 이런 환자에게 차후 렌바티닙을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실제로 렌바티닙 임상시험에는 TKI 제제를 사용했던 환자군도 있었고, 여기에도 반응을 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분명한 점은, 두 치료제 모두는 갑상선암을 치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옵션이라는 것이다. 이는 해외 가이드라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현재 ATA(American Thyroid Association, 미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에는 제품명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TKI 제제를 우선적으로 써야 할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을 나눠 설명해 놨다.

또한 NCCN 가이드라인에는 재발이 잦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불응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약물로 두 치료제(소라페닙, 렌바티닙)가 모두 등록됐다. 과거 2015년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높은 반응률을 바탕으로 렌바티닙이 보다 선호되는 치료제로 각주(footnote)에 실린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개정판에선 이 내용이 삭제되고 현재는 두 약제 모두 동일하게 권고되고 있다.

S교수는 "갑상선암에 적용된 표적치료제는 이제 막 시작이다. 지금도 실제 임상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 학회 차원에서도 지금껏 나온 치료방법들을 토대로 한국환자만을 주목해 적극적인 논의 중이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에 불응하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은 갑상선암 전문가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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