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부터 간선제 간협<br>"대표해야 할 간호사 목소리 들어야‥그 시작은 '직선제'"

행동하는 간호사회, 간협 앞 기자회견‥"유휴 간호사 면허자의 50% 넘어, 일선 간호사 위한 근무환경 개선 등 노력 없었다" 비판

조운 기자 (good****@medi****.com)2020-10-19 11:5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대부분의 보건의료단체들이 직선제로 임원을 선출하고 있음에도, 1958년 제정된 정관에 따라 현재까지 간선제를 고집하고 있는 간호협회에 일선 간호사들이 반기를 들었다.

직접 간호협회를 찾은 간호사들은 일선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현 간협 체제를 비판하며, "임원 선거 직선제로 간호사의 선거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19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 앞에서 간협 직선제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간협은 내일(20일) 17개 지부가 권역별로 별도의 장소에 모여 화상을 통해 대의원총회를 열고 제38대 회장을 간접으로 선출한다.

특히 간협 회장 후보는 후보자 등록절차체도 없이 5개 이상의 지부의 추천을 받아 선정돼 다른 후보자들이 입후보하기 매우 어려운 체제이며, 현장투표와 개표로 인해 지부별 현황이 그대로 드러나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는 시대역행적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번 회장선거에 신경림 현 회장이 단독으로 출마해 사실상 신 회장의 4선이 사실상 확실해지면서 일선 간호사들은 10년째 특정 소수 집단이 돌아가며 간협 임원을 맡아 300명의 대의원만 단합하면 권력집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간선제의 폐해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간협 회원인 간호사들은 매년 회비를 납부하고 있지만 간협의 임원이나 대의원이 아니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의견을 표현하는 기본적인 절차인 '투표' 마저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이라며, "간호사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간협에 직선제를 요구해왔다. 이런 요구는 간협이 간호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는 간협이 이 역할을 해주길 기다리는 것보다 같이 해나갈 자신들의 대표를 직접 선출하고 싶은 것"이라고 외쳤다.
 

신촌 세브란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5년 차 김수련 간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도움이 절실한 간호사들,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로 사직하는 경력간호사들과 수많은 유휴간호사들, 그 자리를 메꾸고자 몇 백명대의 신규채용을 하고 교육 없이 현장으로 투입되는 신규간호사들 등 간호계의 문제들을 꼬집었다.

김수련 간호사는 "집행부에서 어처구니 없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을 하는 동안 일선 간호사들은 사직했고, 현장에서 눈물을 삼키며 뛰어다느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은 일선 간호사가 알아서 감당해야 하며, 간협은 한 일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간협은 그간 간호대 졸업자를 늘렸고, 사직하는 간호사는 늘어났다. 현재 면허자 중 유휴간호사가 50%가 넘는다. 면허자가 늘었으니 간협의 회비는 늘었을 것이다"라며, "10년 전, 20년 전에라도 간협이 처참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더라면 간호사들이 이렇게 현장을 떠나진 않았을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이에 김 간호사는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대표를 뽑겠다. 현장의 피 맺힌 목소리를 들을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43만 명 간호사 면허자 중 활동 간호사는 19만 명에 불과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휴간호사인 이민화 간호사는 "현장의 간호사들은 간호협회에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있어느냐고 묻고 싶어했다. 실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내가 직접 간협 회장을 뽑을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간호사 1명 당 환자 인력을 줄여줄 수 있는 회장을 뽑고 싶어했다. 가장 최우선으로 빠르게 해결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이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협은 정말 이들을 잘 대표하고 있는지 간호사들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간호사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고 간호대학 증원, 신설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며, "또 비용이라는 이유를 대며 직선제 실시를 회피했는데, 간협은 대표해야 할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그 시작은 직선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신경림 회장은 회칙의 취지에 위배되는 장기집권을 중단하고 사퇴하라 ▲대한간호협회는 회원의 요구를 무시하는 대의원총회를 중단하라 ▲대한간호협회는 임원 선거를 직선제로 하여 간호사들의 선거권을 보장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하게, 민주적으로 임원 선거를 관리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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