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대책, 의료진 한숨…"모르거나, 모른척 하거나"

경증환자 분산, 의무화로는 실현 불가능…누가 돌려보내나
수술 의사 처우개선도 면피용 수준…투자 없이 땜질 대처만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6-01 06:03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반복되자 당정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한숨짓고 있다.

현장을 모르거나, 모른척 한 채로 국민 우려만 잠재우기 위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31일 응급의료 긴급대책 협의회를 열고 응급실 뺑뺑이 대책을 마련했다.

경증환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와 수술 의사 처우개선을 통한 의료진 확보가 핵심이다.

그러나 대책에 대해 응급의료계에서는 '기대도 않았지만 역시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문제를 야기한 지점은 짚었으나 대책은 실현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것.

먼저 경증환자 대책은 법적 근거도 없는 의무화 정도라면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실에 온 환자 대부분은 본인이 응급이고 중증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증으로 보이니 돌아가라고 하는 순간 멱살잡이가 시작될텐데, 경찰이 상주하며 강제로 돌려보내기라도 할건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중증도 분류에서 실수가 발생하거나, 중증도가 급격히 악화된 경우도 문제다. 간단한 중증도 분류만으로 환자 모든 상태를 파악할 수 없으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은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전가될 것이란 우려다.

경증환자를 지역 하위 종별 응급의료기관으로 분산을 의무화한다는 점도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경증환자를 볼 진료과 의사가 없는 작은 응급의료기관의 경우 진료가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요구 수준은 낮지 않다"며 "눈이 빨개진 환자가 안과가 없는 응급의료기관으로 회송돼 안약을 넣고 내일 안과가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하라는 처방을 받으면 납득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경증환자를 줄이기 위해선 '줄일 수 있는' 환자군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본인이 경증인 것을 알지만 갈 병원이 없어 응급실에 오는 환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애초에 밤이나 주말에 갈 곳이 없어 오는 환자가 응급실로 오지 않을 수 있는 의료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 역할을 일차의료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의사 처우개선을 통한 의료진 확보 역시 면피용 수준으로 봤다.

정부는 해법을 알지만 그 정도로 투자할 생각은 없고, 땜질 식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해외 외상센터의 경우 80명 가량 의료진이 환자가 없어도 스탠바이하고, 비용은 정부가 보전한다"며 "우리는 6명도 구하지 못해 권역외상센터에서 탈락하는 병원이 10군데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어제 같은 일이 없으려면 최소 5개 이상 수술팀이 수술방과 중환자실을 비워두고 있으면 된다"며 "단순히 표현하자면 아주대병원에 1000억 원씩 주고 어제 같은 환자를 다 받으라고 한다면 응급실 뺑뺑이는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인이야 응급실과 의료현장을 잘 모를 수 있다지만, 정부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정책 담당자들이 좀 더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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