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공의 피의자 조사, 무너지는 응급실에 기름 붓는다

사건 후 이미 응급의학과 전공의 이탈 발생…"현장 동요 막아달라"
"필수의료 살리기 1년…정책도 상황도 하지말라고 떠밀고 있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7-03 18:16

(왼쪽부터)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이필수 의협회장, 김원영 응급의학회 정책이사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구 전공의 피의자 조사로 인한 의료현장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가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우려하는 가운데, 이미 응급의학과 현장을 떠난 전공의가 발생한 상황이다.

전문기관인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조사한 결과 개인 책임보다는 시스템 실패라는 점이 인정됐다는 사실을 고려해 빠른 수사 종결로 필수의료 현장 동요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 책임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는 전공의 사례는 이미 응급의료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실제 이번 사건 후 그만둔 전공의도 있고, 앞으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전공의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응급의학과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김원영 정책이사는 복지부 수사기관이 빠르게 사건을 종결해 의료현장 동요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김 정책이사는 "복지부 차원에서 현장실사를 포함한 상당히 강한 조사가 있었다. 그 결과 개인 책임은 없고 시스템적 실패라는 점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가장 전문적 기관인 복지부에서 이렇게 결론낸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면 빠르게 결론을 내줘야 현장에 있는 응급실 의사 동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공의가 환자를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한 선의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전공의가 접한 환자 히스토리는 환자가 3m 높이에서 떨어졌고 의식이 멀쩡하며, 다리를 다친 것 같다는 정도였다. 전공의는 환자 상태가 중증이 아니고 자살을 시도했다면 정신과 진료를 함께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전공의가 속한 병원은 폐쇄병동이 없고 정신과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수년 전 정신과 환자를 받았다 환자가 자살해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정책이사는 "해당 전공의는 결코 진료를 하기 싫거나 귀찮아서 전원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본인 능력 아래 선의의 의도로 최선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심판하게 되면 응급실 의사들은 너무나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최근 발생한 사건을 소개하며 이 같은 처벌은 방어진료를 촉발하고 현장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 1년차가 흉통 환자를 진료하고 증상이 호전돼 집에 갔는데 대동맥 박리가 발생, 식물인간이 된 사례다. 해당 전공의는 두 번의 민사소송 판결을 받고 내달 형사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심에서는 이미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저런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앞으로 흉통 환자가 오면 무조건 대동맥 박리 수술이 되는 병원으로 다 보내고, 매일 수십 명씩 오는 흉통 환자 모두 CT 찍어야 한다"며 "이런 상황이 누구에게 득이 될 것인가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필수의료 의사가 최선을 다한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재삼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과거 의사가 8만 명일 때에는 응급실을 전전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생존율이 10~20%라도 환자에게 설명하고 최선을 다해 수술했다"며 "지금은 능력 밖의 소신진료를 하면 결과와 책임이 오롯이 의료진에게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많고 법적 분쟁 많은 과는 기피하고 몰락하고 있다"며 "필수의료 특례법을 통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으면 어렵다. 정부와 국회가 대책과 법안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필수의료 살리기 논의가 촉발된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 대책을 비롯해 이번 수사와 같은 의료현장을 둘러싼 상황까지 오히려 필수의료 죽이기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의학과를 하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살리고 도움이 되는 자체에 보람을 가지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 선택한 사람들이다. 수익이나 편안함을 좇았다면 다른 전공을 했을 것"이라면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진행되는 정책들, 이번 수사 등 모든 것들이 필수의료를 하지말라고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은 환자를 볼 때 하루에도 수백 번 판단한다. 모든 판단이 100% 옳을 수 없지만 배우고 수련받고 믿는대로 환자에게 최선을 선택한다"며 "비록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응급의료와 관련한 진료 행위고, 진료 행위는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것이 이번 문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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