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출사표 낸 제주대병원…'어려운 도전' 의미는

[돋보기] '제5기 상급종합병원' 도전장 - ① 제주대병원
절대평가 기준 충족 '역량 충분' 강조하는 상징적 의미
'권역분리' 필수 전제조건…제주도 지원사격, 6기 지정 주목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8-08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제주대병원이 '제5기 상급종합병원'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여전히 서울과 같은 진료권역에 묶여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능성이 낮은 지정 여부보다 이번 평가를 통해 역량은 충분하지만 불합리한 권역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풀이된다.

7일 제주대병원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이번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신청은 사실상 '도전'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병원도 제주도도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는 제도 시행 이래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이 없었다. 제주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해볼 수 있는 규모의 종합병원은 있지만, 지역의료이용행태와 인구 수 등 이유로 서울 진료권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부터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연대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을 포함한 서울권역 대형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4기까지는 신청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중증질환을 앓는 제주도민은 상급종합병원을 찾아 수도권 등으로 원정진료를 떠나며 불편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원정진료를 떠난 제주도민은 11만3820명에 이른다. 지출된 의료비는 1870억 규모다.

이에 따라 서울권역에서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정치권에서도 제주 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제주대병원 시설 장비 인력확충 등을 통한 제주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회에서는 제주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김한규 의원이 권역 분리를 지원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위 의원안은 상급종합병원 요건을 갖춘 병원이 있다면 광역 시·도별 1곳 이상 종합병원을 지정토록 한 것이 골자다. 김 의원 안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있어 지역 균형 분포를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제주도지사 역시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을 공약으로 내걸고 제주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신청 의향이 있는 병원 인력 및 시설 보강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복지부에도 권역 분리를 4차례 건의하고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추진되는 의료법 개정도, 제주도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지원도 모두 권역 분리가 핵심이다. 

지난해 제주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실시한 종합병원 진료 기반 현황 분석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필수조건으로 ▲단일 진료권역 분리 ▲권역별 소요병상수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이미 5기 평가에서 제주도를 서울권역에 포함시켜 진행 중인 상황으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오 제주도지사가 공약 차원에서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 역시 권역 분리를 핵심으로 보고 있는 만큼 목표를 6기 평가인 오는 2026년으로 잡고 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지난 2019년부터 준비해 절대평가 기준을 충족해서 도전하게 됐다"면서도 "권역 분리가 되지 않는다면 서울권역에서 상대평가 경쟁이 어려운 건 맞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 역시 "제주대병원에서 절대평가 조건은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해 신청한 것 같다"며 "다만 올해는 이미 공고도 나왔고, 권역 분리는 어려운 상황으로 안다. 상대평가까지 통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번 제주대병원 상급종합병원 평가 첫 도전은 통과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닌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윤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데다 권역 분리를 위한 제주도와 국회 지원사격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역량은 충분하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권역 분리 당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만큼 복지부도 임기 내 권역 분리를 하겠다는 의지는 있는 것 같다"며 "다만 권역 분리가 타당한지 용역 등 절차를 거칠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인구는 70만 정도라도 매년 1500만 명 규모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인구가 적다고 지정해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섬이라는 특성상 육지 상급종합병원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특별히 지정해줘야 지역균형 측면에서도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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