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헌신 거점전담병원, 돌아온 건 월 10억 적자…"미래 안보여"

일반의료체계 복귀에 어려움…회복기 지원 '절실' 한목소리
복지부 "재정 투입은 불가…의료전달체계 중소병원 강화 방안 고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8-30 06:02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 요청에 병원 전체를 내놨던 거점전담병원이 일반의료체계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당시 급격한 인력구조 변화는 물론 감염병 전담병원이라는 낙인에 환자 발걸음까지 끊겼지만, 회복기 손실보상금 지급 기준에 맞지 않아 매달 10억 원가량 적자 늪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거점전담병원장들은 정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만큼 돌아오는 팬데믹에서도 민간 참여를 기대하려면 연착륙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간담회에서는 일반의료체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거점전담병원장들은 도움을 청하는 정부 손을 잡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병원 전체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의료인력 모두가 감염에 대한 리스크를 져야 했고, 의사들은 전문과 진료를 할 수 없어져 경력에도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검단탑병원 서남영 이사장은 "병원 근무자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다 보니 억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오미크론 유행 당시 환자가 갈 곳이 없어 구급차에서 2~3시간씩 대기하는 상황을 보며 의사와 간호사, 병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참가를 결정했다. 지금도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뉴성민병원 안병문 의무원장은 "전문병원이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국가적 재난 사태이기 때문에 병원 전체를 내놨다"며 "당시 의사 열 몇 사람이 즉시 사표를 내고 나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용인 다보스병원 양성범 이사장은 "2021년 말 코로나 급증으로 복지부로부터 병상 요구가 빗발쳐 왔다. 두 달 뒤면 20만 명 발생이 예측돼 병상 확보가 시급한 때였다"며 "의료진과 상의했더니 반대가 대단했다. 급할 때는 부탁하고 끝나면 모른 체 했던 메르스 때를 기억하라며 펄쩍 뛰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국 의료인이라는 책임감에 승낙했지만 대가는 혹독했다"며 "의료진에게 얘기하자 바로 응급의학과 7명 중 5명, 정형외과 4명 중 3명, 신경외과 비뇨기과 정신과 마취과 등에서 1명씩 모두 12명이 나갔다. 의료진 3분의 1일 나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내부 우려와 반대에도 거점전담병원을 수용했지만 시설전환도 순탄치 않았다. 시설 공사를 위해 기존 환자를 내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용인 다보스병원 양성범 이사장은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당시 입원 중인 환자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모두 내보내야 했다"며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던 당뇨, 고혈압 등 환자도 타병원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김병근 평택 박애병원 회장은 "거점전담병원은 대단하고 훌륭한 일을 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쫓겨났다는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입원 환자를 내보내고 외래를 막은 셈인데, 환자 등지게 한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민간 거점전담병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지만 팬데믹이 지나간 뒤 일반의료체계로 복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제에 나선 김철준 대전 웰니스병원장은 먼저 감염병 거점전담병원이 겪는 낙인 효과로 환자 발길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김철준 병원장은 "환자분들도 감사하다고 하지만 마음 속에는 다시 오기 꺼려지는 인식과 은연 중에 불안감이 있어 정체성 회복에 문제가 있다"며 "내부에서는 명칭 변경도 검토했을 정도다. 인식 개선을 위해 리모델링 등 개보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진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 환자를 보던 의사들이 퇴사한 뒤 일반의료체계 전환을 위한 의사를 채용해야 하지만, 환자가 없으면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아 의사가 오지 않는다는 것.

이로 인해 적자도 커졌다. 손실보상 기준에서는 의료진이 감소하면 보상금이 줄어들기 때문. 따라서 보상금이 10~20% 정도 깎여 월 5억~7억 원 수준 적자를 뒤늦게 알아차렸으나, 의사 채용이 힘든 현실을 뒤늦게 반영할 방법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철준 병원장은 "저희 병원은 미션을 잘 끝내고 정상적 병원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지역에서 거점전담병원 이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더 좋은 병원으로 거듭날 것인지, 동네 바보가 돼서 '또 당했다' 이렇게 될지"라며 "거점병원 명예를 걸고 좋은 병원으로 거듭나 국가와 함께 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관 혜민병원장도 "코로나 거점전담병원이 끝나고 기존 환자가 찾아오지 않아 망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게 회복기 손실보상에 대해 완화된 기준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국가 재정 특성상 기존 원칙을 벗어난 지출은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가 주요하게 추진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정에서 중소병원 역할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코로나 병원이라는 이미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고,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공감하고 있다. 홍보나 캠페인을 통해서라도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회복 기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재정 특성상 원칙 아래 지출할 수밖에 없는 경직성이 있다. 기존 재정 원칙에서 추가로 예산 투입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거점전담병원 회복기 강화를 연관시켜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소병원을 어떻게 튼튼하게 할지 담당 파트에 강조하고 방안을 만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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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2023.08.30 06:38:59

    안타깝네요
    복지부 실무자가 뭔힘이 있나요.장관이나 대통령실이 사실을 알고 나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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