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우회 커뮤니티에 꾸준히 등장하는 치료제가 있다.
한국BMS제약의 '레블로질(루스파터셉트)'이다.
레블로질은 지난해 5월 1. 적혈구생성자극제(ESA) 치료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였거나 부적합해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성인 빈혈 환자의 치료 - 최저위험, 저위험, 중등도 위험의 고리철적혈모구 동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RS) 또는 - 최저위험, 저위험, 중등도 위험의 고리철적혈모구와 혈소판증가증 동반 골수형성이상/골수증식종양(MDS/MPN-RS-T) 2.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성인 베타 지중해 빈혈을 적응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두 가지 질환 모두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수혈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런 점에서 레블로질은 피하 주사하는 약제로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레블로질은 지난 8월, 제8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레블로질의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s, MDS)은 비정상적인 조혈모세포로부터 유래된 혈액 질환이다.
골수에서 혈액세포의 형성이상(dysplasia)과 비효율적인 조혈(ineffective hematopoiesis)로 인한 혈구감소증(적혈구, 백혈구 또는 혈소판 감소)을 특징으로 한다. 골수에서 고리철적혈모구가 15% 이상(SF3B1 변이가 있는 경우 5% 이상) 관찰될 때 고리철적혈모구 동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RS)으로 분류한다.
혈구감소증에 의한 동반 질환이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며, 약 80-85%의 환자가 진단 시 빈혈이 있고 약 25%의 환자가 적혈구 수혈 의존적으로 나타난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치료 방침은 골수의 모세포 비율, 염색체 이상의 종류, 혈구감소증의 정도에 따른 예후 점수체계인 국제예후점수시스템(IPSS)과, 이를 개선시킨 개량 국제예후점수시스템(IPSS-R)에 따라 결정된다.
IPSS-R에 따른 최저위험(very low), 저위험(low), 중등도위험(intermediate)의 환자는 저위험군(lower risk)으로 분류되며, 해당 환자군의 치료 목표는 혈구감소 교정과 증상 개선, 삶의 질 향상이다.
IPSS-R 기준에 따른 위험도별 기대여명은 최저위험 8.8년, 저위험 5.3년, 중등도위험 3년, 고위험 1.6년, 최고위험 0.8년이다. 고리철적혈모구 동반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경우 수혈의존성빈혈로 발전되나 급성백혈병으로 전환은 드물며(약 1-2%), 중앙생존기간은 약 69-108개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2019년 암 현황에 따르면, 국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유병자수는 6010명, 발생자수는 1371명이었으며, 대부분 노년층에서 발생했다. 고리철적혈모구 동반 여부는 보고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약 3-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수형성이상/골수증식종양(Myelodysplastic/myeloproliferative neoplasm, MDS/MPN)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특징인 비효율적인 조혈과 함께 특정 계열의 혈구증가증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그 중 고리철적혈모구와 혈소판증가증을 동반한 불응성 빈혈은 MDS/MPN 가운데 독립된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치료법은 별개로 정립돼 있지 않으며, 일반적인 MDS의 치료법을 따른다.
고리철적혈모구와 혈소판증가증을 동반한 MDS/MPN은 골수형성이상 중 약 0.7%를 차지하는 드문 질환으로 알려졌다.
베타지중해빈혈(Beta thalassemia)은 베타 글로빈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헤모글로빈의 생성이 감소됨에 따라 빈혈이 발생해 신체 기관에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는 유전질환이다.
중증지중해빈혈은 생명 유지에 치명적인 빈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수혈이 필수적이며, 수혈로 인한 체내 철분이 과다 추적돼 나타는 심장 문제가 사망의 주원인이 되는 합병증이므로 철분 킬레이션 요법을 통한 체내 적정 철분농도 유지가 필요하다.
수혈과 철분 킬레이션 요법 등의 관리를 주기적으로 받는다면 오랜 시간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지만, 꾸준히 관리하지 않는다면 진단 후 수 십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베타지중해빈혈은 주로 지중해국가,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는데 국내 지중해빈혈의 유병률은 0.1% 이하로 추정된다. 2020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에서는 베타지중해빈혈(질병분류코드 D56.1) 발생자수는 41명으로 보고됐다.
대한혈액학회, 대한내과학회 등 관련 학회는 레블로질에 대해 "정기적인 수혈이 필요한 수혈 의존적인 상태이지만 기존의 치료에 부적합하거나 실패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와 평생에 걸쳐 수혈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에게 수혈 및 질병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치료 옵션"이라며 급여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무엇보다 주기적인 수혈은 철 과부하 발생을 높이고 간, 심장 등의 장기 부전의 위험을 높여 합병증 위험이 높다.
이 탓에 수혈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치료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특히 헌혈 인구 감소와 혈액 필요량 증가에 따른 혈액 수급 불안정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자의 수혈 의존도와 필요량을 낮출 수 있는 레블로질의 급여 도입이 요구됐다.
하지만 약평위의 의견은 달랐다.
약평위는 "생존기간의 상당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을 보이지 못한 점 등을 고려 시 레블로질이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캐나다 의료기술평가기관 CADTH에서는 2021년 12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에 레블로질을 급여 권고했다. 다만 약가 인하가 전제 조건이었다.
3상 임상시험(MEDALIST)에서 레블로질은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혈 감소 효과를 보였으나, 위원회는 레블로질이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지는 결론내릴 수 없었다.
경제성평가 결과에서도 최적지지 요법(수혈 및 철 킬레이트제) 대비 비용 효과적이지 않았으며, 균형을 맞추려면 85%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베타지중해빈혈은 2021년 6월 약가 인하를 조건으로 급여가 권고됐다. 3상 임상시험(BELIEVE)에서 레블로질은 수혈 부담 감소 요구를 충족했으나, 삶의 질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고 증상 개선은 평가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약평위는 레블로질이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고 결론냈다.
약평위는 "레블로질은 현행 치료법으로 적혈구 수혈과 철 킬레이트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레블로질의 연간 소요 비용은 현행 치료법 대비 고가이다. 현재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대체약제는 없으나, 기대여명이 2년 이상으로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 등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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