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매몰된 의대정원 확대…교육 고민은 빠졌다

N수생 양산 입시 구조…"이대로 증원하면 악순환 가속"
의대 교육·수련 역량과 의지 객관적 평가 선행돼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2-04 13:3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숫자와 기싸움에 매몰된 채 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은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개최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입시 지형 변화' 토론회에서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설익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먼저 윤윤구 EBS 입시 강사는 입시 구조적 한계로 인한 N수생 양산 구조를 지적했다.

윤 강사는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우선 수시로 수도권 의대를 도전하고, 떨어지면 정시로 지방의대를 지원하고, 이후 SKY(서울대, 연대, 고대)를 지원해 합격한 뒤, N수를 준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시 비율이 40%로 유지되는 한, 의대정원 확대는 이 같은 악순환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연쇄효과로 수능 상위권 점수를 가르는 수학의 경우, 재학생과 졸업생 점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지난 2022년 기준 수능 수학을 응시한 재학생은 31만 명이고, 졸업생은 11만 명이다. 반면 상위권인 1~4등급 비율은 졸업생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5~9등급은 재학생이 많았다.

이처럼 재수를 하는 졸업생이 성적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향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굳어지고,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며 N수생을 양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강사는 "의대 증원이 나타내는 연쇄 효과에 대한 토론과 정책적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육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경남 울산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료수요 증가로 인한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추진 방향은 객관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수요조사의 경우 의료에 필요한 수요가 아닌 정원 수요를 물어 객관성이 없다는 것. 

고 교수는 "교수가 충분하니 강의실만 늘리면 되지 하는 생각인 것 같은데, 의대는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습이 굉장히 많다"며 "지금도 열악한 의대가 많은데, 무시하고 강의실만 늘리면 된다는 정도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대학은 100명 정원인데 400명을 뽑을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며 "과연 현실적인 숫자인지 교육 역량과 수련 역량, 의지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소아과 오픈런부터 응급실 뺑뺑이까지 필수의료 붕괴 현상으로 거론되는 부분이 단순히 의사 부족에만 기인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필수의료 문제 정책부터 내놓고, 지금 상황에서 의대정원을 늘리면 어떤 과로 몇 명이 갈지 근거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 교수는 "전공의도 재수 삼수해서 인기과를 가지, 환경이 좋지 않은 과로 밀려나오지 않는다"며 "이대로는 의대정원을 확대해도 미용, 비급여, 실비가 있는 일부 과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증원은 반드시 필수의료 환경 개선과 병행해야 한다"며 "당장 해결해야 할 응급의료, 소아과, 지역의료 문제를 내놓으면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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