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 속 시작된 '비급여 보고제도'‥그만한 '가치' 있었다

내년부터 '의원급'까지 확대‥올해 병원급 자료수집, 큰 애로 사항은 없어
국민들의 알 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
"처음엔 불편해도 향후에는 의료공급자-환자 간 불필요한 오해·갈등 줄어들 것"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11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금년 9월 4일 '비급여 보고'에 대한 고시가 개정·시행됨에 따라 올해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보고 자료를 수집 중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의원급까지 확대할 예정인데, 의료계의 반발도 적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급여 보고제도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임을 강조했다. 의료기관마다 제각각 사용하는 비급여를 표준화한다면 그만큼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2020년 12월 의료법 개정으로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비급여 보고제도가 도입됐고, 제도 운영을 위해 공단은 2022년 1월 비급여관리실을 신설한 바 있다.

지난 7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건보공단 비급여관리실 서남규 실장<사진>은 "올해는 현재 진행 중인 병원급의 비급여 보고자료를 적기에 수집·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2024년도에는 의원급까지 보고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제도의 조기 안착을 위한 민원 대응 프로세스 및 시스템 개선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고시 발령(9.4.) 후 건보공단은 보고 대상기관에 안내문을 발송(9.12.)했으며, 10월 16일부터 한 달 반 사이에 약 50% 이상(12.1.기준)의 의료기관에서 자료가 제출됐다. 12월 1일을 기준으로 대상기관 4245개 중 수집기관은 2190개소다.

서 실장은 "제도 도입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자료 수집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제출된 기관의 경우도 아직 제출기간이므로 마감일인 12월 15일에 임박해 집중적으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80-90%의 수집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내년부터 확대되는 의원급 보고제도다. 비급여 진료비 보고제도와 관련해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

서 실장은 "그동안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제한된 정보 제공으로 인해 의료공급자들과 환자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이 많았다. 비급여 보고제도는 의료계를 통제할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도모하고자 시도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건보공단은 비급여 보고제도를 통해 더욱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했다.

서 실장은 "처음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에는 보다 합리적인 의료공급이나 이용이 가능해져 의료공급자들도 환자들과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비용 비교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서 실장은 이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기존의 항목별 가격만을 수집해 비교하는 경우 정보의 부족과 의료 질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다. 그런데 비급여 보고제도를 통해 현장의 의료 환경 등을 고려한 세부적이고 종합적인 자료가 도출된다면, 오히려 의료서비스 질의 향상과 합리적인 의료이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바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가겠다"고 말했다.

2023년 2월 의료계의 헌법소원이 최종 합헌으로 결정된 이후 행정고시가 개정됐다. 건보공단은 비급여 보고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의료계 및 소비자단체, 전산청구업체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

의료기관 및 의료계 단체, 전산청구업체 등을 방문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의료기관 및 전산청구업체 담당자 온라인 교육 실시, 비급여 보고자료 추출 프로그램 개발가이드 및 보고항목 선정 지원프로그램을 개발·배포하는 등 의료계의 수용성 확보와 행정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도 이어갔다.

덕분에 올해 보고대상인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아직까지 큰 불편 사항은 제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행정 여력이 없거나 전산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공단은 원격지원 서비스, 1:1 상담 게시판, 비급여보고 전담 상담팀  운영 등 의료기관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방법을 검토 중에 있다. 

서 실장은 "비급여 보고제도 시행의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현재까지 비급여 보고시스템 운영이나 보고자료 제출과 관련된 행정 지원에 큰 불편 사항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원급 의료기관도 비급여 보고자료를 원활히 제출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의 행정 지원을 강화하고 업무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건보공단은 급여·비급여를 포괄하는 전체 의료행위 분류 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비급여 보고제도에 활용하거나 의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 이용자 관점에서 의료이용에 도움이 되는 비급여 진료정보를 다양하게 발굴해,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정보 공개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리고 시의성 있는 비급여 실태파악 및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보험 정책 수립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는 '성형-미용 분야'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항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건보공단은 2024년도에 보고해야할 대상은 이미 고시돼 있으므로, 항목 확대는 추후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급여 보고자료 수집 내용이 국민에게 전체 공개되는 시점은 자료가 정비되는 대로 서두를 방침이다.

서 실장은 "공개 내용은 국민 수요가 높은 비급여 진료정보 항목을 선정해 해당 질환으로 병원에 가면 진료비가 얼마이고 어떤 비급여가 이용되는지, 그 비급여 항목의 안전성과 효과성은 어떠한지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급여 보고는 법률적 의무사항으로 미보고할 경우 행정처분(과태료) 대상이 된다. 건보공단은 자료 제출이 어려운 의료기관에 대한 대책을 복지부와 함께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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