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총파업 투표 비공개 방침, 안팎 신뢰 잃는 방식"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집행부에 쓴소리
"비공개 투표, 안팎서 우습게 본다…향후 투쟁 동력도 상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2-13 06:08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가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며 총파업 투표에 들어간 가운데, 결과를 비공개로 한다는 점에 내부에서도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비공개 방식 총파업 투표에 반대 성명을 낸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투쟁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진 과정을 예로 들었다.

의약분업 투쟁 당시 개원가 의사들이 투쟁에 나섰다 큰 성과 없이 종료되자, 전공의 사회에서는 먼저 나서서 투쟁을 이끌자는 선도투쟁론이 제시됐다. 동시에 위험한 발상이라는 우려도 맞섰고, 대전협 집행부도 반대했다.

격론 끝에 선도투쟁론을 받아들일 것인지 투표가 진행됐고, 집행부는 선도투쟁론이 받아들여질 경우 총사퇴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 투표 결과 70% 이상이 선도투쟁론을 지지했고, 집행부가 총사퇴한 뒤 비대위가 꾸려져 여름부터 겨울까지 긴 파업 투쟁에 나서게 됐다.

주 대표는 파업에 이르는 투쟁은 이 정도 열의가 모여야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수진을 친 집행부와 이를 뚫고 비대위를 꾸려서라도 나서는 의지가 모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대정부 협상에 앞서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쥐고 있는 카드 정도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할 경우 내부에서는 힘이 빠지고, 외부에서도 우습게 본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전례는 향후 의료계 투쟁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시켜 앞으로 투쟁 동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도 우려했다.

주 대표는 "의대정원 확대 저지를 위한 파업은 국민 누구도 지지하지 않고 비난하는, 회원 전체가 열의를 갖고 뭉쳐도 힘들 수 있는 투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분위기도 갖추지 못하고 비공개로 파업 투표를 하는 것은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우습게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원격진료, 2020년 의대정원 확대, 2023년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 등을 저지하기 위해 파업에 나설 때 모두 투표 결과는 공개했다. 다만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등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 투표는 찬성 비율만 공개하고 전체 응답자 수는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산 바 있다.

이 같은 방식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미 파업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주 대표는 "의사 회원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집행부가 실제 파업 생각은 없고 상황을 끄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최대집 투쟁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다운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찬성율이나 투표율이 낮아 대정부 협상력이 약해질까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섣부르게 파업 얘기를 꺼낸 것부터 잘못된 일"이라며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찬성 70%를 넘기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쳐서라도 확신은 갖고 시작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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