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의료이용', 어떻게 잡아야 하나‥'제도적 장치' 없이는 속수무책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 목적과 달리 단순 상담 프로그램 수준에 머물러
사업대상자·의료이용 유형 재정비, 인지도 향상 노력 등으로 적극 활용해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14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과다 의료이용'을 관리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 이환율 증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의 이유로 과다 의료이용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진료비 지출은 가중되고 있다. 또한 과다 의료이용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및 재정건전성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는 의료이용에 제한이 없고, 환자의 적정 의료이용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불필요한 의료남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과다 의료이용자를 대상으로 건강관리 및 올바른 의료이용에 대한 안내문 발송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시행하는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은 제도적 장치 없이 운영하는 상담 프로그램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수준으로는 비합리적인 의료이용 행태를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과다의료이용 관리를 위한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의 효과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마다 건강 상태와 필요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과다 의료이용에 대해 명확히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다.

과다 의료이용은 필요도 대비 많이 이용하는 것이지만, 관리편의상 필요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 이용한 경우로 대부분 정의하고 있다.

공급자 측면에서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다 의료이용의 원인은 전문의 중심의 의료문화, 저수가의 진료환경과 이로 인한 의료 산업계의 편향적인 투자, 진료 지침 및 의학 가이드라인 미비, 정보의 비대칭 등이 있다.

개인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다 의료이용의 원인은 공급자의 의료에 대한 태도와 신념, 적정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 환자와 의사간의 의사소통 등이 꼽혔다.

수요자인 환자 측면에서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다 의료이용의 원인은 개인 건강을 위한 소비 위주의 문화, 인터넷 및 언론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강에 대한 정보 습득, 적절한 치료의 양과 종류에 대한 기대 등이 있다.

개인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요자 과다 의료이용의 원인은 환자의 인구사회학적 및 보유 질환의 특성, 환자와 가족의 의료에 대한 경험, 환자와 의사간의 의사소통, 특정 치료법 및 의약품에 대한 선호 'more is better'라는 인식 등이 언급됐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과다 의료이용을 막기 위해 여러 사업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이 있다.

상대적으로 의료이용량이 많거나 동일한 질환으로 여러 병·의원에서 진료 및 약물 등 중복 진료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고, 적정한 의료이용을 도울 수 있도록 의료이용 관련 정보 등을 안내·상담·지원하는 사업이다.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감소시키고, 중복 및 과다투약으로 인한 건강문제 발생 예방, 교육 및 정보제공 등으로 자기관리 능력 함양, 지역 자원과 연계해 사회 심리적 지지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2년 7월 다빈도 수진자, 여러 요양기관 이용자, 과다의료이용 집중관리자, 약물 오남용 사후관리자와 같이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과다진료자 계도사업이 도입된 바 있다. 

2010년에는 사업대상 유형을 연간 외래 방문일수가 70~149회인 환자에게 안내문만 발송하는 일반관리군과 연간 외래 방문일수가 150회 이상인 환자에게 안내문 발송하고 유상·방문상담을 진행하는 집중관리군으로 구분했다.

2022년도 한 해 동안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 대상자는 약 20만 명이었고 상담강화군이 전체의 5%인 약 1만 명이었다. 그런데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상담이 실제로 진행된 대상자는 약 2천8백 명으로 상담강화군의 30% 미만에 머물렀다.

2020년도와 2021년도 국정감사에서는 다빈도 의료이용자 증가에 따른 적극적인 관리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후 대상자 선정 기준과 중재 방법을 개선해 과다의료 이용 관리가 강화됐다.

이외에도 환자의 의료 필요도및 특성 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과다 의료이용 기준을 적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2022년부터는 연령대별로 외래 이용일수를 차등 적용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 대상자 비율이 낮고 안내물 발송 및 유선 상담의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19~39세와 80세 이상은 사업 대상자에서 제외된 상태다.

더불어 '다제약물관리사업'도 있다.

다제약물 복용자의 건강위험 감소 및 약물 자가관리 능력 향상을 위해 2018년부터 지역주민, 병원이용자, 시설입소자에게 전문가가 약물점검·교육·상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약물 복용을 상담하고 필요시 처방을 조정해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줄이고, 올바른 약물 복용을 유도해 건강 수준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팀이 해당 사업을 통한 중재 전/후 의료이용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의료이용량, 외래일수, 외래 진료비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중재 효과는 1개월 정도로 단기적이었다.

사업 대상은 총 1년간(1년 6개월 전에서 6개월 전)의 의료이용을 참고해 선정하고 있는데, 이 사업대상자로 선정된 경우 그 이유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구팀은 "발췌 기준이 되는 의료이용 기간을 최근으로 앞당기거나 단축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수술이나 사고 이력이 있어 부득이하게 의료 이용이 증가한 대상자 및 질병 특성상 짧은 기간에 여러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다기관 이용군을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방안이다"고 말했다.

과다 의료이용자의 의료이용 유형을 살펴보면, 한방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상담강화군 선정 시 물리치료 뿐만 아니라 한방 진료를 과다하게 이용한 환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연구팀은 "단순히 의료이용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중증질환 보장 등에 활용하는 등 본 사업의 목적과 취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야 한다. 획일적으로 지로를 활용하던 방식에서 추가로 카톡 채널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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