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약품 적극 관리 예고‥심평원, '약제성과평가부' 신설

경제성평가 생략한 초고가약 급여, 건보 재정 지출 위험‥사후관리 필요성 증가
약제성과평가부, 고가약 비용효과성 평가 및 재평가 담당‥RWD 활용한 사후관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17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고가의약품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들의 사후 관리를 위해 '약제성과평가부'를 개설했다.

그동안 고가의약품 관리는 약제관리실이 주도했으나, 허가를 받고 급여 신청을 하는 고가의약품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약제 성과평가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만들어졌다.

고가의약품이란 높은 가격, 효과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가격 관리 및 장기효과 확인이 필요한 약제 또는 재정 영향이 상당해 사용량 관리 등이 필요한 약제를 말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관리가 필요한 약제는 1. 새로 등재되는 약제 중 가격이 높고, 비용효과성의 불확실해 확인이 필요한 경우 2. 1인당 연간 소요금액이 상당한 경우 또는 연간 건강보험 청구액이 건강보험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 3. 1회 투여로 장기 효과를 기대하는 약제의 안전성 확인 및 장기 평가가 필요한 경우 4. 그밖에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선정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노바티스의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 바이오젠 코리아의 '스핀라자(뉴시너센)', 한국로슈의 '에브리스디(리스디플람)' 등 총 4품목이 고가의약품으로 등록돼 있다.

이들은 모두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의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한 초고가 세포·유전자 치료제들로 초기에 큰 비용이 들지만 편익은 장기에 걸쳐 발생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이러한 고가의약품들은 재정 영향에 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심평원은 재정 영향이 큰 고가 약제를 중심으로 사후관리를 강화할 것이라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최근 초고가약,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 보험 급여와 관련해 이슈가 지속되고 있다. 적기 치료를 위해 경제성평가를 생략하고 신속등재해 급여권으로 들어오는 초고가약들이 생기면서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 필요성이 증가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강 원장은 "환자별로 치료 성과를 추적 관찰해 효과가 있는 약을 국민들에게 투여될 수 있는 기전을 만들고, 이를 위해 성과관리 기반으로 사후관리를 강화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에 큰 위험성을 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심평원은 올해 과감하게 약제 성과평가를 담당할 부서를 신설했고, 고가약 사후관리를 보다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약제성과평가부는 심사평가연구실 산하에 포함돼 있다.

해당 부서는 ▲고가약 성과관리 기반 마련 및 제도 운영에 관한 사항(RWD) ▲RWD 운영(E-form 등)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사항 ▲고가약 비용효과성 평가 및 경제성 평가(재평가)에 관한 사항 ▲성과평가 대상 의약품의 가격, 등재, 사용량 등 연구에 관한 사항을 담당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 이하 RWD)'에 대한 활용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개최된 '의약품 성과기반 급여관리 방안 공청회'에서부터 예고된 사항이다.

이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고가의약품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므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높은 사회적 요구로 고가의약품이 순차적으로 급여가 됐고, 효과 및 재정 관리 차원에서 환자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제가 도입됐다. 

다만 높은 약가와 불확실한 치료 효과를 아우를 수 있는 대책을 보다 발전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이 맥락에서 심평원은 RWD를 적극 활용할 의지를 불태웠다. RWD 활용은 성과기반 급여 재평가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해 치료 효과 및 안전성,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을 리뷰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개된 RWD/RWE 활용 성과기반 급여 관리 절차(안)에 따르면, 고가의약품이 등재가 되면 의약품 성과 평가에서 RWD가 수집된다.

RWD는 요양기관이 제출해야 하고, 심평원은 전문가와 협업해 개별 환자의 효과 평가 및 사전승인 약제의 적정성을 살펴본다.

이후 재평가 단계에서는 심평원이 외부전문가와 누적 자료를 분석하고, 필요하다면 급여기준까지 조정할 계획이다. RWD 누적 자료는 약가협상, 시판 후 안전성, 진료지침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향후 RWD로 급여 관리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모든 약을 대상으로 하진 않고 제출하는 자료의 수준을 검토한 뒤 해당 자료가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을 때 RWD를 적용하려고 한다. 자료 또한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는 데이터만 모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RWD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고가의약품에 대한 관리 체계가 확립되면 접근성 향상, 효과와 부작용 검증, 비용효과성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까지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마지막에는 재정 건전성 확보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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