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언급 울산의대는 '최상위' 사례…"선택적 수치 인용"

전국 의대 기초교수 태부족…1인당 학생 수 최대 32.4명
"전임교원당 학생 수만, 최상위권만 언급…'하면 된다'식 정책"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3-14 06:04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도 교육 질 저하 우려가 없다며 울산의대 사례를 제시하고 있으나, 의료계에서는 선택적 수치 인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계에서 교육 질 저하 우려가 큰 부분은 기초의학 교수 부족인데, 정부는 임상교수와 기초교수 구분 없이 '전임교원'당 학생수만 제시하고, 그 중에서도 최상위 사례만 들었다는 지적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대 교육 질 저하를 언급하며 제시한 수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2일 한 총리는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급격한 증원에도 교육 질 저하 우려는 없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법적으로 교수 1명당 학생 8명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국내 의대 평균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6명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울산의대는 0.4명, 성균관의대는 0.5명이라는 점도 되짚었다.

이는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의료계 주장에 반박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울산의대 총정원은 240명인데 전임 교원이 650명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0.4명, 성균관대 의대는 총정원 240명에 전임 교원 490명으로 1인당 학생 수가 0.5명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의대 교수 1인당 법정 학생 정원이 8명인데 의대 평균 1.6명에 불과해 전임 교수 수가 매우 넉넉한 상황이란 것.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대 교육 질 관련 교수 수에 있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병리학 생리학 약리학 해부학 등 의학 기초를 배우는 '기초의학'이라고 지적한다.

의대 증원 논란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1월 메디파뉴스에 의대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기초의학 교수조차 의대 신설은 어렵다며 '국내 기초의학 교수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의대를 신설해도 교육 질을 담보할 만한 기초의학 교수진 구성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교육 현장 시각이다.
 
2023년 전국 34개 의과대학 교수 현황 (전체교수 1인당 학생수 많은 순), 신현영 의원실 제공

실제 지난달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34개 의과대학 교실별 교수 현황'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이 수치로 확인된다. 자료에 따르면 34개 의대 가운데 9곳은 의학교육 평가 인증 기준인 기초교수 25명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는 임상교수를 제외하고 기초교수만 놓고 본다면 1인당 학생수도 최소 3.7명부터 최대 32.4명까지 널뛰었다. 정부가 말하는 교수 1인당 학생 수 8명이라는 법정 기준 대부분은 임상교수로 채우는 셈이다. 만약 교수 1인당 학생 수 8명이란 법정 기준을 기초교수에 적용한다면, 충족하는 의대는 울산대 4.2명, 건국대 3명, 단국대 3.7명, 아주대 6명, 강원대 7.2명, 가천대 6.6명 등 6곳에 불과하다. 34개 의대 가운데 12% 수준이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반복적으로 언급한 울산의대의 경우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적은, 수치로만 봤을 때 교육환경 최상위 사례인 것으로 확인된다. 울산의대는 재학생 수 242명에 기초교수 57명, 임상교수 676명, 전체교수 750명으로 전체교수 1인당 학생수가 0.3명이다. 자료를 제출한 34개 의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수도권 의대 한 교수는 "부족한 기초교수 현황은 두고 전임교원당 학생 수만 제시하고, 그 중에서도 최상위권 사례만 언급하며 교육 질 저하가 없다는 주장은 선택적 수치 인용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근거 없는 '하면 된다' 식 일방적 정책 추진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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