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일동이 오는 25일 개별적 사직서 제출에 들어간다.
정부가 결국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배정으로 마침표를 찍자 교수들도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일동은 지난 20일자로 작성한 사직의 변을 공개했다.
이들은 정부 의대 증원 배분 발표가 의료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사인 교육 계획을 숙고 없이 밀실에서 발표했다는 것. 중앙대의료원 교수들은 "더함도 빠짐도 없이 똑 떨어지는 2000명을 고집하는 것은 근거도 없고, 실현도 불가능하며,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갈 만한 미신적 정책 오류"라고 비판했다.
증원 배정 발표로 결국 전공의가 돌아올 다리는 끊겼다는 점도 짚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원점 재논의를 대화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정부가 정책을 끝내 강행해 전공의 복귀가 불가능해졌기 때문.
대학 교수들은 의대 증원으로 인해 개인적 손해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고된 진료를 이어가며 정부에 대화를 요청한 것은 의료 미래에 대한 걱정이었다는 것.
교수들은 사직을 앞두고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과 전공의에게 미안한 마음도 언급했다. 전공의들이 떠날 수 있었던 건 교수들이 남은 환자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 덕분이었지만, 교수들도 병원을 떠나기로 결정했기 때문.
중앙대의료원 교수들은 "정부의 폭압적 독선을 저지하기 위해 25일 개별적 사지기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당장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의사, 교육자, 학자로서 책무이기에 행동에 나서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응급,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끼치게 될 지 모를 불편에 대해 다시한번 미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사직의 변 전문이다.
사직의 변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일동)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저희 중앙대학교 의료원을 믿고 치료를 맡겨 주신 환자와 가족 여러분. 우선 저희 뜻과 다르게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부가 드디어 2000명 증원을 준비도 되지 않은 의과대학들에 졸속으로 대충 나누어 배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부의 발표를 보십시오. 얼마나 대충 2000명을 쪼개 이리저리 분배했는지 살펴봐 주십시오. 오랜 기간 숙고해서 결정해야 할 중대사인 교육 계획을 밀실에서 원칙 없이 획책하고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것이 의료개혁이라 주장합니다. 이것은 개혁이 아닌 개악입니다. 한 명 더함도, 빠짐도 없이 똑 떨어지는 2000명을 고집하는 것은 근거도 없고, 실현도 불가능하며,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갈 만한 미신적인 정책 오류입니다.
이 발표로 전공의들이 돌아올 다리는 끊겼습니다. 정부의 폭압에 병원 밖으로 내몰린 전공의들의 얼굴이 한 명 한 명 떠오릅니다. 얼마나 성실하고, 똑똑하며, 환자를 사랑하던 젊은 의사들인지 분명히 기억합니다. 전공의들이 깊은 고뇌를 하면서도 병원을 떠났던 것은 저희 교수들이 남은 환자를 지켜 줄 거라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저희 교수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 치료에 공백이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몸은 버틸지언정 정부와 일부 언론의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의료개혁을 막는 행동을 한다’는 매도는 너무도 가슴 아픕니다. 정부의 의사 악마화, 지역과 군의료기관의 의사를 서울로 빼돌리기, 전공의들에게 족쇄 채우기, 재원이 불투명한 천문학적 금액의 공약성 의료정책 남발, 그리고 이에 발맞춘 일부 언론의 비이성적 매도는 너무도 견디기 힘든 것들입니다. 이런 짓을 보면 강한 의문이 듭니다. 그 동안 얼마든지 개선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책상에서 숫자 놀음으로 정책을 결정했기에 현존하는 의료의 각종 문제를 해결 못했던 고위직 공무원들이 갑자기 파란 잠바를 입고 매일 카메라 앞에 서서 개선이 아닌 의료개혁을 외치는 것은 정말로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걱정해서 일까요? 사심없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진정 누구일까요?
대학의 교수들은 의대증원으로 인해 개인적인 손해를 볼 것이 전혀 없습니다. 정부 주장대로 이 천명 증원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지원자가 늘어난다면(설령 그들이 낙수일지라도), 교수 개개인의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의대 교수도 1000명을 늘린다고 하니 취업선택권도 늘어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현장에서 의업에 종사하며 전문적 소견을 가진 교수들이 고된 진료를 이어가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정책적 오류를 수정하고 대화에 응해줄 것을 요청 드린 것은 의대 교수들 이야말로 진심으로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병원에서 내몰리면서도 우리를 믿던 사랑하는 전공의들에게도 미안합니다. 정부의 폭압적 독선을 저지하기 위해 저희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일동은 어쩔 수 없이 2024년 3월 25일 개별적 사직서를 제출할 것입니다. 이는 교수 개개인의 안위를 위함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정부를 향한 몸짓입니다. 지금 이 의료농단을 막지 못하면 미래에 더 큰 의료재앙이 닥칠 것임을 저희 교수들은 알고 있습니다. 당장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의사, 교육자, 학자로서의 책무이기에 행동에 나서는 것임을 이해해 주십시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응급,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끼치게 될 지 모를 불편에 대해 다시한번 미리 사과드립니다.
2024년 3월 20일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일동 드림
덧붙이며 - 정부는 폭력집단처럼 행사한 자신들의 그릇된 추진력을 자화자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여론은 2000이라는 숫자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언론도 점점 냉정하고 과학적인 시각으로 현 사태를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정부와 일부 언론의 매도와 달리 합리적인 자세로 저희의 주장과 행동을 판단하고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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