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정원 증원 정책, 정작 의료개혁 고려되지 않았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 '정부 의사 수 추계 한계' 발표
2035년 의사 부족 추계는 의료환경 디폴트 시나리오
"2030년 의료비 400조 발생, 감당할 수 있나" 지적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4-30 15:12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과 의대정원 증원이 모순적 관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근거로 삼은 의사 부족 추계는 증원 목표인 의료개혁이 없다는 가정 아래 추계됐다는 지적이다.

30일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심포지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 목적과 방법론, 그리고 한계'에 대해 발표했다.

오 교수는 먼저 국내 GDP 대비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국내 GDP 대비 의료비는 2022년에 9.7%로 OECD 평균을 넘어선 바 있다. 나아가 정형선 연세대 교수가 OECD에 보고한 '국내 GDP 대비 의료비 예측' 자료를 인용해, 2030년이면 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근거로 삼은 의사 수 추계는 틀리지 않았다는 점도 설명했다. 단 의료개혁 등 의료환경 변화는 고려하지 않은 디폴트 시나리오를 사용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오 교수는 "신영석 박사님이나 권정현 박사님이 틀린 계산을 하신 게 아니다. 지금 그대로 간다는 디폴트 시나리오인 셈"이라며 "보고서 내용은 의료개혁이 없을 때 필요한 의사 수"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의료개혁 필요조건이라며 강행 중이지만, 정작 의료개혁이 없다는 가정 하에 부족한 의사를 추계하는 모순을 지적한 셈이다.

이에 오 교수는 의료개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하게 되면 2023년 연 400조원까지 늘어나는 의료비를 그대로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 교수는 "의료개혁이 없다는 가정에서 필요한 의사 수를 조달하려고 GDP 대비 의료비 16%를 감당하는 것과, 의사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만드는 의료개혁을 하고 이후 의사가 부족한지 계산하는 것 가운데 어떤 게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오 교수는 급격한 GDP 대비 의료비 증가에 대한 대안으로는 가치기반 의료를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도 행위별수가제 아래 급격한 의료비 상승을 가치기반 의료로 손질하며 억제한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의사 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행위별 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의료로 전환된다면 의대 증원 없이도 의사 수 증가 효과를 즉시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가치기반 의료를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디테일을 구현해 낸다면 필요 의사 수도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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